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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와 국가 동일시…중세엔 '군주는 내란죄 저지를 수 없다' 인식"
"'의회 해산' 찰스 1세 사형 선고 계기로 인식 바뀌어"…해외 사례도 언급
(서울=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로마 시대부터 중세, 영국 왕정사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과 인식 변화를 두루 언급하며 내란 혐의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우두머리 1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대통령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형법 제91조 제2호의 '국헌문란 목적' 정의와 관련해 역사적 연원을 짚었다.
지 부장판사는 "로마 시대에는 국가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내란죄로 처벌했다"며 "황제 시대에 이르러서는 국가와 황제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나타나 황제에 대한 반역 행위까지 내란죄로 처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세 시대에도 이러한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 죽은 개인에 대한 배신행위 등을 반역자로 처벌하게 됐다"며 "점차 왕이나 군주 자체는 반역죄·내란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졌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역사적 인식이 17세기 영국의 찰스 1세 사건을 계기로 바뀌게 됐다고 언급했다.
당시 찰스 1세는 의회와 세금 징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 의회가 시정 요구 결의문을 내자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해산시켰다.
이후 벌어진 내전 끝에 찰스 1세는 반역 혐의로 특별재판부에 회부됐고, "합법적인 국왕은 재판할 수 없다"고 항변했으나 결국 사형을 선고받았다.
지 부장판사는 "이 판결을 살펴보면 왕이 국가에 대해 반역을 했다는 점을 명백히 인정했다"며 "이후 왕이라 하더라도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를 공격하면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개념이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법학의 원류로 통하는 로마법은 오늘날 서양법의 모태이고, 전 세계 법률에 영향을 끼쳤다. 이를 계승해 받아들인 우리나라 법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륙법이 주도하던 시기를 지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미법은 현재 세계를 주도하는 법률이다.
로마법부터 시작해 중세, 영국 사례까지 언급한 것은, 상대적으로 참고할 판례나 사례가 많지 않은 내란죄 특성상 법적 사고의 연원부터 시작해 역사적 흐름 속에 변천하는 과정을 짚으면서 '대통령 내란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논증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재판부는 해외 사례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나눠 제시했다.
지 부장판사는 "아프리카·남미 등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빚다 군부를 동원해 의회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 내란·반란 등으로 처벌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고, 실패한 경우에도 당사자들이 해외로 망명해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며 개도국 사례는 참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군부를 동원해 의회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는 제도적 설계를 통해 극단적 갈등 상황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하원 양원제, 의원 일부만 순차 교체하는 선거제도, 중간평가 제도, 군주의 상징적 중재 역할,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 등을 예로 들었다.
지 부장판사는 이를 토대로 "다른 나라의 헌법 규정이나 판례, 주변 사례 등을 종합해서 보면 대통령이 국헌 목적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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