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계엄하면 돼"·"총 쏴서 들어가" 尹지시 인정한 법원

수방사령관 통화 지시한 사항들 인정…尹 화법엔 "여럿 섞어 말하고 장황·과장"

'쇠지렛대·망치·톱 휴대' 이진우 메모도 "적침투 아닌 비상계엄 염두에 둔 것"

윤석열 전 대통령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법원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21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의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날 새벽 이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약 2시간 뒤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서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되고 약 10분 뒤에는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190명이 들어와서 의결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190명이 있는지도 확인도 안 되는 것이니까 계속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봤다.

아울러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지금 본회의장 앞까지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에 접근을 못 한다. 문을 부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취지의 보고를 받자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라는 표현을 쓰며 진입을 지시한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세 차례에 걸친 이 전 사령관과의 통화에서 '내가 선포하기 전에 병력을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를 해서 일이 뜻대로 안 풀렸다',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되니까 너네는 계속해라'라는 말을 했다고도 판단했다.

이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 사이에 이런 통화가 있었다고 한 전 수방사령관 부관 오상배 대위와 운전수행 부사관이었던 이민수 중사의 증언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다"라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들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해당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언어 습관을 들어 오히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윤석열의 말할 때 특징, 화법, 톤, 내용 등 여러 가지를 살펴보면 어떤 말을 할 때 짧고 간단하게 하기보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을 섞어가면서 말하고, 실제 뜻하려는 바보다 다소 장황하고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계엄해제 요구 의결이 이뤄진 상황에서 나름의 아쉬움과 답답함 등 여러 감정이 겹친 상태에서 이진우와 통화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이런저런 여러 가지 말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1심 무기징역 선고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pdj6635@yna.co.kr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시로 작성한 12월 2일자 메모에 대해서는 "실제로 메모에 기재된 사항이 비상계엄 선포 후 대부분 이행됐다"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이틀 전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해당 메모를 작성한 바 있다.

메모에는 '전 장병 TV시청 및 지휘관 정위치 지시', '출동 TF병력 대상 흑복 및 안면마스크 착용, 칼라태극기 부착, 쇠지렛대와 망치, 톱 휴대, 공포탄 개인 불출 시행', '외부 언론들의 접촉 시도 차단'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김 전 장관은 재판에서 해당 메모에 대해 "비상상황에 대한 대비태세를 잘 갖추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이진우가 추정된 과업을 정리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비상계엄을 대비한 메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전 사령관 역시 "비상계엄 가능성이나 이로 인한 국회 진입 및 내부 봉쇄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이 '위 비상상황은 비상계엄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아울러 메모에 기재된 내용 역시 "국회 내부에서 벌어진 어떠한 긴급한 국가위기 사태 등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상계엄이 아닌 적의 침투·도발과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무기가 아닌 쇠지렛대와 망치, 톱, 공포탄을 미리 준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진우는 김용현으로부터 위와 같은 지시 및 질문을 받으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비상계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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