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송파구 전체로는 용지 남았는데…투표소에선 부족했던 이유는

송파구 투표용지 4만여장 여분 추정…동별 투표율 특성 고려 없어 배분 실패

송파구 6개동, 본투표율 50% 상회…과거에도 비슷한 경향 보여

부족 동들, 총투표율·본투표율 모두 평균 대비 높아

잠실7동 2투표소 투표함 이송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2투표소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 조치한 뒤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송되고 있다. 이 투표소에서는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고, 투표함이 개표소로 옮겨지지 못했다. 2026.6.5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본투표(선거일 투표) 용지 인쇄 비율 하한을 전체 유권자의 50%로 설정한 점이 거론된다.

중앙선관위 등에 따르면 이 지침에 따라 서울 송파구선관위와 인천시선관위 등은 본투표 용지의 인쇄 비율을 선거인수 기준 50%로 맞췄다.

이번 선거에서 송파구 선거인 수는 56만5천368명이다. 이중 사전·거소투표로 13만2천207명(23.38%)이 투표했고, 본투표 참여자는 23만9천910명(42.43%)이다.

선거인 수의 50%를 최소 기준으로 잡을 경우 송파구 선관위가 인쇄한 것으로 추정되는 본투표 용지는 약 28만2천장으로, 본투표에 참여한 인원을 빼면 약 4만2천장이 남아야 한다.

그런데도 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까.

선관위가 밝힌 투표용지 부족 동은 서울 송파구 가락2동, 잠실2동, 잠실4동, 잠실7동, 문정2동, 강남구 청담동, 광진구 구의3동과 인천 연수구 동춘1동, 송도5동 등이다.

투표소 기준으로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송부한 곳은 전국 67곳이며, 이 가운데 실제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됐다가 재개한 투표소는 총 22곳인데, 이중 송파구가 12곳이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개표 단위별 개표결과(시도지사 선거·잠정)에 따르면 문제가 가장 컸던 송파구에선 단순 계산만으로도 여러 개 동의 본투표율이 전체 유권자 대비 50%를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잠실2동 50.48%, 잠실4동 53.31%, 문정2동 52.08%, 잠실7동 51.93%에서 전체 유권자 대비 본투표 비중이 50%를 넘었다. 용지 부족 사태는 피했지만 잠실3동(56.71%)과 위례동(50.13%)도 50%를 상회했다.

잠실7동 투표소 앞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4 saba@yna.co.kr

사전투표 제도 도입 후 총투표율이 낮았던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를 제외한 제6·7회 지방선거에서도 이번에 용지 부족을 겪은 송파구 내 동들과 인접 주요 동의 본투표율은 모두 전체 유권자의 50%를 웃돌았다.

구체적으로 가락2동(6회 55.89%·7회 52.46%), 잠실2동(53.84%·50.44%), 잠실4동(55.23%·51.45%), 잠실7동(59.56%·51.40%), 문정2동(58.46%·51.46%)에서 전체 유권자 대비 본투표율이 50%를 넘어섰다. 잠실3동(58.69%·55.30%) 또한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송파구 평균 총투표율과 본투표율이 서울 평균을 넘어서는 가운데, 이번에 문제가 된 동들은 송파구 내에서도 투표율이 높은 편이었다.

송파구 평균 총투표율과 본투표율은 각 65.8%, 42.43%로, 서울 평균(63.6%·39.64%)을 상회한다.

송파구 가락2동(총투표율 70.67%·본투표율 49.18%), 잠실2동(74.95%·50.48%), 잠실4동(78.04%·53.31%), 잠실7동(71.88%·51.93%), 문정2동(69.03%·52.08%)의 총투표율과 본투표율은 송파구와 서울 평균을 모두 웃돌았다.

강남구 청담동(63.71%·48.07%), 광진구 구의3동(73.56%·45.68%)의 경우도 서울 평균 대비 높았다.

전체 유권자 대비 본투표율 비중이 50%를 넘진 않았지만,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인천시 연수구 동춘1동과 송도5동 또한 총투표율과 본투표율이 인천 및 연수구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수구 평균 총투표율은 62.9%, 본투표율은 40.87%로 인천의 평균(58.16%·36.42%)을 넘어선다.

동춘1동과 송도5동의 총투표율은 각 70.18%, 66.34%, 본투표율은 45.06%, 47.99%로 각 인천과 연수구 평균을 상회했다.

잠실7동 2투표소 내부에 남겨진 투표용지 박스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5일 투표함이 이송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내부에서 발견된 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투표소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투표용지 박스. 이 박스 겉면에 적힌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총 1천900매였다. '박스 1개 중 1번'이라고 적혀서 다른 투표용지 박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투표소의 선거인 수는 3천856명으로 파악됐다. 2026.6.5 hyun0@yna.co.kr

앞선 지방선거 때도 이번에 용지가 부족했던 동들의 총투표율과 본투표율이 해당 지역의 평균보다 대체로 높은, 유사한 경향성이 나타난다.

즉, 문제가 발생한 거의 모든 지역이 과거 지방선거 때도 총투표율과 본투표율이 평균보다 높은 지역으로, 일부 동에선 본투표율이 전체 유권자 대비 50%가 넘는 경우가 지속 관찰된 것이다.

이처럼 동별 편차가 뚜렷하고 본투표율이 50%를 넘는 동이 과거 사례에서 반복 확인됐음에도 선관위는 50%라는 빠듯한 하한을 제시했다.

중앙선관위는 지역 실정에 따라 선거구·투표구별로 조정해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단서를 달았으나, 지역 선관위 등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선관위도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지만, 송파구 관내에 있는 146개 투표소마다 선거일 투표자 수에 편차가 있어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모자랐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은 가능성을 인정했다.

한편 사전투표율만 놓고 보면 용지 부족이 발생한 동들 사이에 일관된 경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잠실2·4·7동과 구의3동은 서울 평균보다 높았지만, 가락2동·문정2동·청담동은 평균을 밑돌았고, 이러한 편차는 앞선 선거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투표소 단위가 아니라 동 단위 비교로, '잠실7동 제2투표소'처럼 문제가 발생한 투표소의 실제 수요를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닌 동 전체의 투표 경향으로 간접 추정했다.

지방선거 6∼8회는 선관위 개표현황(읍면동별) 자료, 이번 선거는 선관위 투표진행상황 및 개표단위별 개표결과 잠정 자료를 활용했다.

bookmania@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