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北포로 비공개 왜…북미대화 동력 마련 추진하나

북한 반발 등 부정적 영향 최소화…韓美회담서도 불씨 살리기 주력

정부는 "인권 준수 외 고려 없어"…김정은 방러는 구체 움직임 없는 듯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앙카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2026.7.8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잡힌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결정의 배경에는 북미대화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포로 문제는 인권과 국제법 원칙에 따라 물밑에서 처리함으로써 변수를 최소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운을 띄운 북미 접촉의 불씨를 살려 나가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 공개한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비공개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서 지난 24일 소셜미디어에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다"고 확고한 정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북미대화 동력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관련된 외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생명을 바치는 희생", "신성한 기여"라 묘사하고 파병기념관을 건설하는 등 영웅시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에 귀순을 희망하는 북한군 포로의 발생은 협상 상대인 북한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소재인 만큼 한국이 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공개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비밀리에 다룸으로써 논쟁거리를 줄여 나갈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그간 우크라이나와의 지난 7월 정상회담 등 계기에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하는 등 포로들의 국내 송환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런 접근을 유추할 수 있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여러 반발이 예상되는 측면이 있으니 이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려는 측면은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뉴욕=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정부는 앞서 지난 22일 있었던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미대화 분위기 살리기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정상회담은 대미투자 확정 지연으로 인해 성사 자체가 불투명했다가 대미투자 협상 진전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확정됐다.

어렵사리 조성된 회담에서 한국이 주요하게 내세운 의제 중 하나가 북미대화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간 접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데 기여해달라는 기대감을 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다만 정부는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송환 비공개가 북한에 대한 일종의 '눈치 보기'로 해석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로 군 장병들의 부상 소식이 전해져 대북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안에서마저 북한 입장을 우선시하는 태도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5일 이 문제에 대해 "인권 원칙을 준수한다는 것이지, 그 이상의 고려 사항은 없다"며 "극도로 신중히, 조용히 처리하고 광고는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정은, 당 제3차 선전부문일군강습회 폐강식서 연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노동당 제3차 선전부문일군강습회 폐강식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2026.9.22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북미대화 분위기 조성 국면에서 한국이 적극적이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위주로 접근하며, 북한의 명시적인 호응은 없는 상황인 가운데 북한 역시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러시아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은 지난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도록 초청받았다"며 방문 일정이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은 2024년 6월 평양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를 초청한 때부터 유효한 제안일 뿐 현재 유의미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인 만큼 외교력을 분산하는 대신 오는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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