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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北도발 가능성 진보 62.4%·보수 54.2%…안보 인식 이례적 역전
헌법에 따라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본다는 응답 28.3%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식하고 상호협력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서도 북한 정권과 군사적 위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진보층이 보수층보다 더 높게 보는 등 기존의 정치 성향별 안보 인식과 반대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9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2026 통일의식조사 결과발표회'를 열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7월 1∼26일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74세 성인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조사원이 직접 방문하는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포인트다.
조사 결과 남북을 현실적으로 독립된 별개의 국가로 본다는 응답은 81.8%에 달했다.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본다는 응답은 38.7%로 지난해보다 4.7%포인트 상승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다는 응답도 53.5%로 절반을 넘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 같은 인식이 북한의 최근 '적대적 두 국가' 선언에 따라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인식이 지난 20년간 50% 안팎을 유지해왔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국가 관계 선언이나 헌법 개정 같은 단기적 사건보다는 장기간 축적된 남북 관계의 경험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보는 인식은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인식에서도 나타났다.
대한민국 영토를 실질적인 통치권이 미치는 남한 지역으로 본 응답은 60.8%에 달했다.
헌법 제3조에 따라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본 응답은 28.3%에 그쳤다.
황 교수는 대한민국 영토를 남한 지역으로 보는 응답이 20년 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 지난 2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보는 인식은 점차 감소해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북한이라는 국가적 실체를 받아들이는 것과 북한 정권을 정당한 정부로 인정하는 것은 별개였다.
대한민국 정부만이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본 응답자는 83.6%로 지난 20년간 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황 교수는 북한의 국가성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도 북한 정부의 합법성에는 부정적인 '복합적 인식'이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토론에서 이 같은 인식을 정책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대해서는 법률적인 '두 국가'와 사실상의 '두 국가'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을 법률적인 두 국가로 규정할 경우 정전체제와 접경지역,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여러 쟁점과 연결될 수 있다며 헌법·법률과 현실 사이에서 일정한 모호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과 군사적 위협 인식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은 86.4%였으며 북한 정권과 대화·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올해 78.3%로 역대 가장 높았다.
북한 정권이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83.3%로 역대 최고였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90.4%에 달했다.
김병로 객원 연구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정책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과 위협 인식이 높아진 가운데서도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실용적 협력 필요성이 함께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정치 성향에 따른 안보 인식에서는 이례적인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묻는 문항에서 진보층(62.4%)이 보수층(54.2%)보다 도발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진보 정권이 등장하면 진보 정권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안보 문제가 낮아지고 반대쪽은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됐는데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한국을 침공할 여력이 없으리라는 인식과 비상계엄 정국 및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당시 북한이 대응을 자제한 경험 등이 일종의 '안보 학습 효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북한 정권과 대화·타협이 가능한지를 두고는 중도층의 인식이 보수층에 가까워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중도가 보수의 북한 의식과 관련해서는 보수 쪽으로 조금 기울어지는 현상이 한국 사회에 형성됐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 사회가 대북·북한 인식과 관련해서는 보수화됐다고 보는 것도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대와 지역, 정치 성향에 따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갈리는 '분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20·30대에서는 북한을 적대·경계 대상으로 보는 비율이 40∼60대보다 10∼15%포인트가량 높았다.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보는 응답이 지난해 38% 수준에서 올해 56% 수준으로 높아진 반면 충청권에서는 북한을 적대 대상으로 보는 응답이 9.1%에서 21.5%로 상승했다.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대북정책 목표에서도 통일보다는 공존에 무게가 실렸다.
'평화공존·평화정착'을 꼽은 응답은 61.6%로 모든 연령대와 정치 성향에서 절반을 넘었다. 반면 '남북통일'은 15.3%에 불과했고 '개혁개방·경제공동체'는 22.6%였다.
이성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의 통일·북한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사안 자체의 중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진짜 중요하지 않아서 무관심한 게 아니고, 중요한데 답이 없기 때문에 무관심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변화한 남북 관계에 맞는 정책적 대안을 찾지 못한 상황이 무관심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촬영 윤민혁]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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