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국경선 요새화 책임추궁 가능할까…'지뢰매설 시기 규명' 주목(종합)

'2024년 국경선 요새화 이후 매설 여부' 관건…'MDL 불일치' 해결도 과제

북한 접경 지역 발파 작업 준비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유엔군사령부가 전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정전 협정 위반이라고 밝힌 가운데 1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접경 지역에서 북한 군인들이 전술 도로 건설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발파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6.10.1 soonseok0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철선 기자 = 군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남은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서 북한의 지뢰 매설 시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사고 현장에 지뢰를 언제 묻었는지, 특히 매설 시점이 2024년 4월 시작된 '국경선 요새화' 작업 이후인지를 실체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앞으로 조사에서 관건이라는 분석이 1일 나온다.

군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지난달 29일 추가 발견된 북한군 수지(플라스틱) 반(反)보병지뢰의 매설 시점을 지난해 9월 이전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9월은 북한군이 사고 현장 인근 MDL 이남에 조성한 지뢰열 등 지형 변화를 우리 군이 식별한 시점이다.

군은 사고 현장에서 지뢰열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수풀 등이 자라난 점으로 볼 때 문제의 지뢰 매설은 지난해 9월 훨씬 이전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본다.

합참, 북한 수지 반보병지뢰 추가 사진 공개
(서울=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실시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 3일차 현장조사에서 발견된 북한의 수지(플라스틱) 반(反)보병지뢰 1발의 추가 사진을 공개했다. 2026.9.29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그러나 지뢰 매설 시점이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이 시작된 2024년 4월 이후인지, 아니면 그보다도 이전인지는 아직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경선 요새화와 관련해 (매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폭발과 국경선 요새화 간 연관성에 무게를 뒀지만, 지뢰 매설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사고 원인이 된 지뢰가 2024년 4월 이후에 매설된 것이라면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관련지어 북한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물을 수 있다고 군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추가 감식 결과 등 현장에서 획득된 분석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지뢰 매설 시기를 밝혀낼 유력한 방법으로 꼽힌다.

군은 사고 당시 부상자들이 착용한 장구류와 화약흔 채취 거즈, 수술시 제거한 파편 등에 대한 성분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했으며 지난달 28일 부상자 장구류에 대한 1차 감정 결과가 나왔다. 현재 추가 분석물 감정이 진행되고 있다.

군은 분석물에 대한 추가 감정 결과 회신이 이뤄진 뒤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국경선을 '요새화'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2024년 4월부터 MDL 일대에서 불모지 작업, 철책·지뢰지대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는 정전협정에 명시된 DMZ 완충지대를 사실상 축소·해체하는 것으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완충지대가 무력화되면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전관리 책임이 있는 유엔사와 공조 대응을 꾀하는 한편, 북한의 MDL 일대 군사 활동 변화에 대한 실시간 대응태세 확립 및 경계력 강화 등을 추진해 왔다.

DMZ 사고 현장조사 3일차인 오늘 현장에서 발견된 북한 수지 반보병지뢰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에서 열린 DMZ 지뢰 추정 폭발사고 현안 질의 회의장에 이날 사고 현장 조사를 현장조사에서 북한의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 1발이 발견된 보고서가 놓여져 있다. 2026.9.29 hkmpooh@yna.co.kr

한편 북한의 이번 지뢰 매설이 남북이 인식하는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불일치 문제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MDL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로 설정된 휴전선이다.

당시 1천292개의 MDL 표지판을 설치했는데, 1973년 이후로 보수작업이 중단돼 이 중 상당수가 유실되고 약 200개만 남아 있다. 표지판이 오늘날 제 기능을 못 하다 보니 남한과 북한, 유엔사가 인식하는 MDL이 서로 다른 실정이다.

우리 군의 경우 MDL 표지판을 우선 적용하되, 표지판 식별이 어려울 경우 군사지도 MDL 좌표선을 적용하고 있다. 2004년부터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과 함께 지도상 MDL을 실제 지형과 일치시키는 작업을 진행해 적용 중이다.

북한 측은 표지판 식별이 불가능한 지형에선 자체적으로 가상의 경계선을 정해놓고 이를 MDL로 준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부 경계선에 대해 남북 간 인식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이번 지뢰 사건에서도 유엔사와 우리 군은 1·2차 폭발 화구와 새로 발견된 북한군 지뢰 모두 MDL 이남으로 판단하지만, 북한은 "우리 군인들은 단 한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김여정 노동당 부장 담화)며 MDL 침범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김 부장은 한국군이 "경계선 하나 제대로 판별하지 못해 자기 땅, 남의 땅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이 남북 MDL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용해 향후에도 우리 측이 주장하는 MDL 침범 행위를 전면 부정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남북과 유엔사가 직접 협의를 통해 MDL 기준선을 정리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지만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 낮다. 북한은 지난해 우리 정부가 제의한 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군사회담에도 불응하고 있다.

강신철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이번 건을 계기로 (남북이) 서로 확인을 하자, 테이블로 나와라, 이건 강력하게 주장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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