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의회 의정비 줄줄이 인상 추진…주민 의견은 '뒷전'

강원 20%·대구 군위 18% 등 공무원 보수 인상률 크게 웃돌아

수당 올리는데 공청회는 30분, 형식적 운영 비판…일부 의회는 동결 선택

강원도의회 전경
[강원도의회 제공]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광역·기초의회에서 내년도 의정비를 큰 폭으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인상 폭의 적정성과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지방의회는 낮은 의정비 수준과 의정활동 부담 등을 이유로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3.5%)을 크게 웃도는 최대 20%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의정비를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제한한 지방의회도 있어 대조를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생략하려 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의정비 결정 과정에 주민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지방의회 월정수당 인상 추진 잇따라…강원 20% 잠정 결정

14일 지역 광역·기초의회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의정비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광역·기초의원이 급여 명목으로 받는 의정비는 크게 월정수당과 의정 활동비로 분류된다. 의정 활동비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의정비를 인상하는 경우 보통 월정수당을 올린다.

큰 폭으로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광역의회 중 한 곳은 강원도의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의정비심의위원회는 내년도부터 도의원 월정수당을 20% 인상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는 지방 공무원 보수 인상률(3.5%)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상안이 확정되면 도의원이 연간 월정수당은 4천789만원으로 기존(3천991만원)보다 798만원 늘어난다.

세종시의회 본회의장
[양영석 기자]

강원도의회는 도의원 한명이 맡는 관할 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넓고 이에 따른 이동 부담, 의정활동 증가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실제 강원도의원 의정비는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16위로 최하위권이다.

해당 인상안은 오는 21일 강릉에서 열리는 주민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추가 심의위를 개최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세종시의회도 의정비가 전국에서 최하위권이라는 이유로 월정수당을 8.9%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상안대로 확정되면 월정수당은 4천139만원으로 올해(3천801만원)보다 338만원 오른다.

기초의회에서도 의정비를 큰 폭으로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의 경우 지역 9개 기초의회 대부분 월정수당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인상률은 군위군의회 18%, 북구의회 13%, 달서구의회 12.3%, 중구의회 7% 등으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울산 지역 5개 기초의회도 많게는 15%까지 월정수당을 올리기로 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무안청사 본회의장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의정비는 올리면서 주민 의견은 뒷전?…시민단체, 절차 개선 촉구

의정비 인상안이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주민 눈높이를 외면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지역의 경우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을 생략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해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따랐다.

올해 새로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의정비를 서울시의회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통합시의회는 통합에 따른 의정활동 범위가 확대됐다는 등의 이유로 의정비를 기존 6천823만원에서 700여만원 올린 수준인 10.3% 인상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의정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생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시민사회의 비판이 잇따랐다.

의정비를 인상하기 위해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8일 열린 대구 중구의회 주민공청회에 나선 발표자 3명은 모두 의회 의정비 심의위원들로 채워져 반대 의견은 제시되지 않은 채 30여분 만에 끝났다.

특히 직장인은 참석하기 어려운 평일 낮 시간대에 열리며 주민 참석도 60여명에 그쳤다.

시민단체는 주민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의정비 인상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의원들의 의정 성과나 지방재정 여건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관행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적절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금 의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시민의 눈높이를 벗어난 과욕이 아니라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의정비심의위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심의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도 "공청회 참가자를 공정하게 구성하고 공청회 전 과정을 중계해야 한다"며 "공청회 후 여론조사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의회
[수성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의정비 인상 움직임 속 동결 택한 대구수성구·안산시의회

시민 눈높이를 고려해 의정비를 동결하거나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으로만 올린 곳도 있어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구 수성구의회는 어려운 지역 경제 상황을 고려해 내년도 의정비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2028∼2030년은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따르기로 했다.

경기도 안산시의회도 내년도 월정수당 동결을 결정했으며 2028∼2030년에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의 95%만 반영하기로 했다.

(박영서 박철홍 김재홍 정경재 박정헌 김도윤 허광무 신민재 이재림 전창해 최해민 전지혜 황수빈 기자)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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