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번 빚지면 평생 쫓아와…금융이 너무 잔인하다"(종합)

자영업자 채무 탕감 필요성 강조…"묵은 밭 검불 걷어야 새싹 돋아"

"국가 보호 받는 금융, 이익만 추구 안돼…공동체 원리 잊지 말아야"

"집값 근본 원인은 수도권 집중…자영업자 비중 너무 높아 과잉경쟁"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디지털토크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14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황윤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한 번 빚지면 죽을 때까지 쫓아다녀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민생·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열린 '디지털 토크 라이브' 행사에서 "선진국들처럼 못 갚을 빚은 신속하게 탕감하고 정리해야 묵은 밭도 검불을 걷어내면 새싹이 돋는 것처럼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저는 금융 문제에 있어선 지금보다 개혁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며 "사실 숫자에 불과한데, 실물과는 다르잖나. 정책적으로 조정 여지가 많다"고 언급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 탕감이 필요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다른 나라는 국가부채를 늘리며 극복했는데, 우리는 힘 없는 개인에게 전가했다"며 "빚진 게 다 자영업자 잘못이 아니다. 집합금지명령 등 온갖 규제로 영업이 안 되고 빚이 늘었는데, 이건 재정이 감당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그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평생 고생시키면 좋아지느냐"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성장률이 점점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저는 하고 싶지만 여론 부담이 상당히 크다"며 "위기 극복 비용을 국가가 감당했어야 한다는 점을 국민이 용인해주시면 부채 청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재명 대통령, 정책간담회 발언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문화광장에서 디지털토크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0.14 superdoo82@yna.co.kr

이 대통령은 금융기관이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에 차등을 두는 것을 두고 "자본주의 논리이고 시장 원리로 불가피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로 하느냐는 것은 정책 판단의 문제"라며 "잔인하게 할 거냐, 느슨하게 할 거냐인데 지금 내가 보기엔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도 대부분은 잘 상환하는데도 금융기관이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책정하고,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필요가 덜한데도 낮은 이자로 빌려준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동체의 원리를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좀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금융은 상당 부분 인허가를 통해 국가의 발권력을 대신 행사하고, 국가로부터 보호도 받으며 영업하기 때문에 이익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에 대한 근본적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제가 이런 얘기를 했다가 '사회주의자, 빨갱이'라고 엄청 공격받았다"면서도 "국민에게 설득을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자가) 일견 상환능력에 따라 효율적인 원리로 돼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양극화가 나타나고 중간에 두터운 분들이 생략된다"며 "15∼25% 사이는 대통령 말씀대로 비정한 정글 자본주의의 극단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재명 대통령, 정책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문화광장에서 디지털토크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0.14 superdoo82@yna.co.kr

이 대통령은 민생경제의 현실에 대해선 "평균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압도적 다수는 매우 힘들어한다. 불평등 때문"이라며 "지표는 많이 개선됐는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힘들어한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도권 집값 때문에 시끄러운데, 제일 근본적 문제는 수도권 집중"이라며 "근본적으로 한쪽으로 너무 몰리니 생긴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또 하나의 문제가 양극화다. 격차가 너무 심하다. 누구는 없어서 못 쓰고 누구는 남아서 안 쓴다"며 "양극화 격차를 최소한으로 완화하는 게 정치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구조상 자영업자의 비중이 너무 높아 과잉 경쟁이 문제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지금은 망한 자리에 누가 들어가서 또 망하는 개미지옥 같은 느낌을 준다. 국가의 산업·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온누리상품권을 지역화폐로 바꿔야 한다며 "국민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지역의 소상공인이 살아나게 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간담회 참석자들과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문화광장에서 디지털토크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간담회 종료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14 superdoo82@yna.co.kr

이날 행사는 이 대통령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국민 패널 110명이 '국민 사서함'에 접수된 민생·경제 분야 정책 제안을 중심으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캐주얼한 체크무늬 재킷 차림으로 행사장 한가운데에 앉은 이 대통령은 패널들의 제안을 듣고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참모들에게 정책 연구를 지시하기도 했다.

'자영업 멘토' 자격으로 출연한 방송인 홍석천씨가 전국에 투입되는 관광 예산이 일부 업체의 천편일률적인 사업에 집중된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어제 우리가 수석보좌관회의를 하면서 한 얘기와 똑같다"며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소공인'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호소를 듣고는 "맞는 지적이다. 우리가 소상공인 정책을 한다며 사실 상인정책만 한다"며 김 정책실장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한 대학생이 '청년여행수당'을 제안하자 "우리가 한번 세부 설계를 해볼만한 정책 같다"고 화답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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