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 치솟는 국제유가…배럴당 90달러 돌파

WTI 90.9달러, 이번주만 36%↑·역대 최대 상승폭…브렌트유 96달러 마감

원유 감산 현실화·트럼프는 "이란 항복해야 협상"…"150달러 갈수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중동 전쟁 여파로 7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급등,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원유의 약 5분의 1을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사실상 막혔고, 이로 인해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의 원유 감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2.21% 상승한 배럴당 9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8.52% 오른 92.69달러에 마감했다. 2022년 3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이다.

주간 기준 WTI는 35.63% 급등하며, 1983년 이후 선물 거래 사상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브렌트유의 주간 상승률도 약 28%에 달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데다, 이로 인한 원유 수송이 생산까지 영향을 주는 일이 현실화하면서 국제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쿠웨이트가 원유 저장 시설이 부족해지자 일부 유전의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컨설팅회사 크플러는 쿠웨이트가 생산량 감축에 착수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약 12일 안에 저장시설이 가득 차게 돼 쿠웨이트는 향후 며칠 내에 생산량을 더욱 줄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저장시설도 빠르게 차고 있으며, 두 나라 모두 3주 안에 저장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크플러는 내다봤다.

앞서 이라크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 28일 이후 자국 최대 유전인 루마일라 유전에서 하루 70만 배럴, 웨스트쿠르나2 유전에서 46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했다고 지난 3일 밝힌 바 있다.

이라크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유조선이 이동하지 못할 경우 며칠 내로 하루 생산량 300만 배럴을 감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단기간에 상황이 진정될 기미는 당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는 없을 것"이라며 중·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계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4대 대형 무역회사 임원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가 미칠 영향에 대해 시장이 여전히 지나치게 안일하다고 지적하며, 적대 행위가 완화되지 않는 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사드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분쟁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원유 가격은 몇주 안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이는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의 글로벌 상품 연구 책임자 나타샤 카네바는 "시장은 순수한 지정학적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운영 차질에 대처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지 않을 경우 다음 주말까지 감축 생산량은 하루 600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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