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 지렛대 꽂았다…하르그 섬은 이란 정권·경제 생명줄

이란 수출원유 90%, 연 9.5억 배럴 처리하는 22㎢ 산호섬

체제유지 자금줄…"美, 조기승전 원하면 파괴·점령 필요"

트럼프, 호르무즈 봉쇄 지속시 '섬 내부 석유시설 타격' 압박

하르그 섬 전경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군이 13일(현지시간) 공습해 군사시설을 골라 파괴한 하르그 섬은 이란의 경제적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홈페이지 영문판에 따르면 길이가 8㎞, 너비가 4∼5㎞, 면적이 22㎢인 이 산호초 섬은 연간 약 9억5천만 배럴을 처리해 이란의 원유 수출량 중 약 90%를 책임지는 유류 수출 터미널이다.

위치는 부셰르 항구로부터 북서쪽으로 55㎞이며, 이란 본토로부터 거리는 약 28㎞이다.

섬 주변 바다의 수심이 깊어서 초대형 유조선도 댈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으며, 이 때문에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가는 원유가 주로 이 곳을 통해 수출된다.

이란 석유부에 따르면 이 터미널의 시설은 이란 석유산업의 신경 중추 역할을 한다.

이 터미널은 아부자르, 포로잔, 도루드 등 페르시아만에 있는 이란의 주요 해상 유전 3곳으로부터 원유를 받아서 육상 처리시설로 보내 저장이나 글로벌 시장 수출이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섬 남쪽에는 저장 탱크 수십 개가 밀집해 있고 양쪽으로는 초대형 유조선에 적재하기 위해 깊이 뻗어 있는 부두, 노동자 숙소, 본토와 연결하기 위한 활주로 등 상당히 많은 부분이 노출돼 있다.

섬 주변 해저에는 복잡한 파이프라인망이 깔려 있다.

강철로 만들어진 담벼락과 군인들이 보초를 서는 감시탑이 곳곳에 설치돼 있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

출입은 공식적 보안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들만 가능하다.

하르그 섬 석유 수출 터미널은 1960년대 미국 석유회사 아모코(Amoco·당시 정식명칭 '스탠더드 오일 컴퍼니 오브 인디애나')가 시설을 처음 만들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 폭격으로 많은 부분이 파괴되기도 했으나 이란 당국은 이를 재건하고 규모를 확대했다.

이 터미널의 용량이 계속 업그레이드돼 최대 적재 용량이 자그마치 하루당 700만 배럴에 이르기도 했지만, 최근 이란 전국의 석유 수출량은 하루 160만 배럴 수준에 그치고 있어 용량의 일부만 쓰이고 있다.

이 밖에 이란 국내 수요에 충당하기 위한 물량의 생산도 여기서 관리된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는 하르그 섬을 공격하거나 점령하려면 지상군 투입이 필수적일 것이며, 아울러 이미 치솟고 있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사지리 및 환경안보 전문가인 프랜시스 갈가노 빌라노바대 부교수는 CNBC에 이메일로 "만약 전쟁을 (빠른 시일 내에) 이기는 것이 목표라면, 하르그를 파괴하거나 점령해야 할 것"이라며 이 섬을 점령하고 유지하려면 약 5천명의 지상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하르그 섬 점령작전을 하면) 글로벌 석유 시장에 영향이 있지만, 영향은 이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CNBC는 8일 나온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만약 하르그 섬의 시설 가동이 중단될 경우 이란의 원유 저장 완충 능력이 상실되고 수출도 어려워지면서 이란 남서부 주요 유전들의 생산이 급속히 차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생산량이 하루 330만 배럴, 수출량이 하루 150만 배럴인 상황에서, 이 허브(하르그 섬)가 가동 중단될 경우 국가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양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에는 이란의 완충 능력이 20일 분량에 해당한다는 기존 가정은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란에 매파적 자세를 취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리처드 골드버그 선임고문은 만약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되찾았는데 이란 현 정권이 버티고 있는 상태가 된다면 하르그 섬 수출터미널 무력화 등을 통해 정권의 생명선을 끊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지시에 따라 하르그 섬을 폭격했다며 일단 에너지 시설을 피해 군사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란이나 대리세력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계속 방해한다면 하르그 섬의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그간 미국은 이란 전역을 폭격하면서도 이란의 석유산업, 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하르그 섬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하르그 섬을 겨냥한 미군의 이날 선별적 군사작전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때문에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적 파멸을 위협해 이란 정권을 움직일 새로운 지렛대를 만드는 행위로 관측된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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