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터보퀀트'에 반도체주 삭풍 맞았지만…"오히려 호재될 것"

AI 모델 메모리 사용 대폭 효율화…최대 6배 많은 용량 처리 가능

전문가들 "효율개선에 사용량 증가 선순환…메모리 수요 더 키울 것"

독일 베를린의 구글 AI 센터 앞에서 취재 중인 한 언론인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인공지능(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를 최대 6배까지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 나오면서 국내외 반도체 기업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차익실현의 계기가 됐을 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진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2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5분 현재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전장보다 4.39% 급락한 3,308.41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증시의 대표적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4.39%와 5.73%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간밤 뉴욕 증시에서도 나타나, 마이크론(-3.40%), 샌디스크(-3.50%), 웨스턴디지털(-1.63%) 등이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글이 공개한 새로운 AI 압축 알고리즘인 터보퀀트를 활용하면 AI 모델이 최대 6배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소식이 나오자 데이터센터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반도체 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자원 활용을 효율화하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고 해서 해당 자원에 대한 수요가 이전보다 줄어드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관련 산업의 발전이 더욱 빨라지고 전체적인 규모가 커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은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 메모리 수요를 더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 키-값 캐시(KV Cache), 터보퀀트 등은 AI 인프라에서 메모리 병목과 비용 부담이 이미 임계 수준에 도달했기에 등장한 기술"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의 HBM4 제품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AI 시스템은 연산보다 메모리와 데이터 이동 비용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하면서 메모리 효율 개선 없이는 서비스 확장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기술들의 본질은 메모리를 덜 쓰기 위한 게 아니라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연산과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즉, 효율 개선이 비용 절감과 사용량 증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실제, AI는 비용이 낮아질수록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가속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도 "AI 모델의 효율성과 성능이 향상될수록 역설적으로 AI 총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출현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디까지나 논문상 알고리즘 공개이고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상황인데도 국내외 반도체주 주가가 급락세를 보인 데 대해선 "연초 메모리 폭등 랠리 피로도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 차익실현 명분으로 작용한 성격이 있지 않나 싶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이 조만간 마무리되더라도 글로벌 경제에 적지 않은 상흔을 남길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도 AI 관련 산업은 꾸준히 호실적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투자에 고려할 지점으로 꼽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금주 후반이 이번 전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에너지 인프라 시설 훼손 때문에 유가와 가스 가격이 전쟁 전으로 빠르게 되돌아갈 가능성은 작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장 눈에 보이는 피해 산업은 최종재를 소비하는 산업들"이라면서 "원재료 부담이 커져도 소비자 가격을 올리기 힘든 경기에 민감한 소비재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수혜 산업은 가격 전가가 가능한 산업들 또는 공급이 부족해 병목이 발생하고 있는 산업들"이라면서 "단연 AI와 관련된 서버나 반도체 관련 품목은 공급이 부족한 만큼 여타 산업보다 피해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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