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진입 예고한 한은…1분기 깜짝 성장에 기류 급변

연간 성장 전망 상향할 듯…중동전 장기화로 물가 부담도 가중

오는 28일 금통위서 긴축 '신호' 보낼 듯

박수 치는 신현송 한은 총재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6.4.21 [공동취재]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한국은행은 수출 호조에 따른 경제 성장 눈높이 상향을 배경으로 금리 인상기 진입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에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대응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도 엿보인다.

6일 한은에 따르면,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 근래 금통위원이 공개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갓 취임한 신현송 총재 대신 해외 출장을 떠난 유 부총재의 이런 언급은 신 총재나 다른 금통위원들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의도된 발언으로 전해졌다.

오는 28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현지 기자간담회를 시장에 신호를 발신할 '기회'로 활용한 모양새다.

유 부총재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나선 것은 불과 한 달 전의 금통위 공식 입장과 현재 한은 내부 기류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금통위 회의 때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리 '힌트'를 던졌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 전망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통위는 지난달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때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이 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 하방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금통위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한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통상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된 후로도 1년 정도는 금리 동결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발표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한은 전망치(0.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1.7%로 나오면서 공기가 달라졌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방 압력이 유효한 가운데 성장 하방 대신 오히려 상방 압력이 높아졌다. 경제 성장에 따른 근원 물가 상승 우려도 커졌다.

이미 JP모건은 3.0%, 씨티는 2.9%, BNP파리바는 2.7%를 각각 제시하는 등 주요 투자은행(IB) 전망치가 한은 전망치(2.0%)보다 최대 1.0%포인트(p)나 높아진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과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이례적으로 나란히 10%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 역시 오는 28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 2월 1천700억달러로 예상했던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천억달러 안팎으로 대폭 높여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등 유례없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아울러 반도체뿐 아니라 방산, 조선, 이차전지, 전력기기 등 이른바 '첨단전략산업' 전반이 일제히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민간 소비 등 내수 지표도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며 전체 성장률을 크게 깎아내리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 밖에 정부가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취약 부분을 집중 지원하는 가운데 한은은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압력 등 경제 리스크를 관리하는 '정책 믹스' 차원에서도 금리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한미 금리 격차가 1.25%p로 여전히 높게 유지된 점도 한은 금리 인상의 고려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대로 올라서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도 오히려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오는 28일 회의에서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점도표, 수정 경제전망 등을 통해 긴축 사이클로의 전환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5월 금통위 회의에서 즉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점치기는 다소 섣부른 분위기다.

한은은 공식으로는 기준금리 결정 직전까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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