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외곽부터 팔았나"…서울 아파트 15억이하 거래 81%

양도세 중과 전 2∼5월 비강남 거래 급중…노원구 허가 신청 1위

최대 6억원 대출 가능, '세 낀 매물' 무주택만 매수 허용 영향도

1월23일부터 3만건 허가 신청…중과 시행 후 관망 "세제 공개돼야 매물 늘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다주택자 주택 매도가 본격화된 오는 2월부터 서울에서 팔린 아파트의 80% 이상이 최대 6억원 대출이 가능한 15억원 이하로 집계됐다.

노원구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내 '세 낀 주택'의 매수 기회가 무주택자에게만 주어진 것과 다주택자들이 강남 등 고가주택보다는 비강남 중저가부터 팔아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 매물판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2∼5월 팔린 서울 아파트 81%가 15억 이하…대출·세금 유리한 강북 인기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월부터 5월 16일까지 현재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공공기관 거래·해제 거래 제외)의 81.6%가 15억원 이하 거래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3개월인 지난해 11월∼올해 1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15억원 이하가 78.2%였던 것과 비교해 3%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X)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아실 집계 기준 5만6천219건에 그쳤던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 3월 21일에는 42.4% 증가한 8만80건까지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15대책 이후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이 2억∼4억원으로 축소되면서 그나마 매수자 입장에서 최대 6억원 대출이 가능한 중저가 위주로 거래가 증가한 것이다.

10·15대책 직전인 지난해 8∼10월 계약에서 15억원 거래 비중이 75.8%였던 것과 비교하면 5.8%포인트나 커진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이 적은 비강남권 저가 주택부터 매도에 나선 영향도 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 중에서도 6억원 이하 비중이 작년 11월∼올해 1월에는 20.7에서 2∼5월 현재는 23.6%로, 6억∼9억원 이하는 각각 26.3%에서 28.7%로 각각 증가했다.

이에 비해 똑같이 최대 6억원 대출이 가능하지만 9억∼15억원 이하는 작년 11월∼올해 1월에는 거래 비중이 31.2%에서 올해 2∼5월에는 29.2%로 감소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초강력 대출 규제로 고가주택은 거래가 쉽지 않지만 5월 9일 토지거래허가 신청분까지는 무주택자에 한해 임차인을 낀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30대 무주택자가 사기 좋은 15억원 이하 거래가 활발했다"며 "최근 저가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전세 수요가 매수로 돌아선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노원구의 지난 4월 계약물량은 총 920건으로 동월의 서울시 구별 평균 거래량(290건)의 3배가 넘는다.

그런가 하면 15억∼25억원 거래 비중은 작년 11∼1월 15.1%에서 올해 2∼5월 13.2%로, 25억원 초과는 6.0%에서 4.7%로 각각 감소했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는 강남권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매도를 겨냥했으나 실제로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이 적은 중저가부터 먼저 팔아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며 "강남 부자들은 1주택자도 양도세가 높다 보니 매도 대신 자녀에게 증여도 많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늘면서 올해 2∼5월 현재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10억9천846만원으로, 직년 3개월 평균 11억8천834만원에 비해 약 8천만원 낮아졌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李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언급 후 허가 신청만 3만건…중과 시행되자 시장 관망세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1월 23일부터 지난 8일까지 서울에서 접수된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약 3만건(2만9천65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새올전자민원창구에 접수된 서울 각 25개 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를 합한 결과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일인 5월 9일 토요일까지 지자체로부터 허가 신청을 받도록 했지만 '막판 신청 러시'는 없었다.

지난 8일 서울시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총 700건으로, 7일의 742건보다 줄었다. 11일 허가 신청 건수는 총 766건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기에는 지난 9일 주말 마지막 신청분이 포함돼 있다.

강남구에 따르면 11일 신청분 55건 중 58.2%인 32건이 양도세 중과 마지막 날인 9일 신청분이다.

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11일 접수 물량의 60%를 9일 신청분으로 가정한다면 11일 전체 766건 가운데 약 450건을 9일 마지막 날 접수 분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구별로는 지난 1월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노원구의 신청 건수가 총 3천507건을 넘었고, 강서구 1천975건, 송파구 1천916건, 성북구 1천86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이보다 작은 각각 1천341건, 서초구는 1천13건에 그쳤다.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반토막이 났다.

노원구의 경우 4∼5월 하루 평균 신청 건수가 35∼36건 수준이었으나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12일에는 22건, 13일 26건, 14일 17건, 15일 15건 등으로 감소했다.

강남구도 4∼5월 일평균 허가 신청 건수가 17∼23건 수준이었으나 12일 5건, 13일 11건, 14일 9건, 15일 7건 등으로 급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17일 집계 기준 6만3천360건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일인 9일 6만8천495건에 비해 5천건 이상 감소했고 거래도 안 된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는 이제 양도세 부담 때문에 팔기가 어렵게 되면서 일부는 매물을 거둬들였고 매수자들도 급매 소진 후 호가가 오르자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나 일시적 2주택자 등에도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해 올해 말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면 임차인의 전세 기간만큼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주기로 했다.

시장에선 그러나 지방선거 후 세제 개편안이 구체화하기 전까지는 매도,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매물은 대충 정리가 됐지만 비거주 1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 1주택자들은 장기보유특별공제나 보유세 등 세금이 얼마나 늘어날지 몰라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공개돼야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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