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긴급조정권 발동?…과거 4차례, 합의·강제중재 마무리

김 총리 "긴급조정 등 모든 수단 강구"…발동시 노동계 반발 확산

1963년 도입후 단 4차례 발동…국민 경제와 일상생활 위협 관건

삼성전자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2026.5.13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기자 =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이 나흘 뒤로 임박한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가 만약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권'을 포함한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면서 21년만에 긴급조정권 발동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재개를 앞둔 가운데,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면서 타결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과거 4차례 발동된 긴급조정권은 2번은 노사 합의로 파업이 종료됐고, 나머지 2번은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며 정부의 강제 중재로 마무리됐다.

◇ 김 총리, 삼성전자 노사에 긴급조정권 직접 거론, 타결 압박

김 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삼성전자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사후조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교섭이 파업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면서 파업을 강제로 종료할 수 있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직접 거론, 노사를 압박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 대한 법적 요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발동 가능성에 선을 두고 있지만, 총파업이 현실화했을 경우 정부에서 취할 수 있는 정책을 모두 살펴야 하므로 실무 차원에서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게 노동계 전문가들 설명이다.

정부 내에서도 이미 긴급조정권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산업부 장관으로서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재정경제부의 역할, 산업부의 역할, 노동부의 역할을 장관으로서 각자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긴급조정권 발동을 결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결렬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오른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 사진)이 지난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협상장을 각각 떠나고 있다. 2026.5.13 utzza@yna.co.kr

◇ 긴급조정권 발동 시 노정 관계 냉각 불가피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다.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 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 노동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해당 사업체 노동자들은 산업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파업은 30일간 할 수 없다.

중노위는 조정 및 중재 절차를 진행한다. 민간기업은 노·사·공익위원 각 1인으로 이뤄진 조정위원회가 조정을 맡는다.

조정이 성립됐을 경우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된다.

만약 조정이 성립될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조정개시 후 15일 이내에 공익위원 의견을 들어 중재 여부를 결정한다. 중재재정은 강제력을 가지며,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정부의 조정 및 중재 절차를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점을 둔 해석은 분분하다.

발동 요건에 '위험이 현존하는 때'라는 단서가 있어 파업이 시작된 후에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전부터 위험이 예견되므로 파업 전에도 발동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위험이 현존하는 때라는 조항은 열린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파업이 시작된 후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에도 파업이 시작되고 긴급조정권 공표까지 짧게는 사흘, 길게는 78일 걸렸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에 신중을 기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이 강제로 종료되므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게 된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긴급조정권 제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노동계 반발도 거세 친노동 정책을 주도해온 정부의 부담도 크다.

삼성전자 노조는 상급 단체가 없지만,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파업 기류는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정부가 직권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양대노총도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발표하는 노동장관
(과천=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이인제 노동부장관이 과천 정부청사에서 현대자동차에 대해 '긴급조정권' 발동을 발표하고 있다. 1993.7.20

◇ 1963년 제도 도입 후 4차례만 사용…발동 시 21년만

이런 이유 등으로 과거에도 긴급조정권은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1963년 제도 도입 이후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총 4차례다.

첫 사례는 1969년 8월 1일 파업에 돌입한 대한조선공사에 같은 해 9월 18일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 대만에 수출할 어선 20척의 납품이 미뤄지는 등 수출 전선과 국민경제 피해가 막대하다는 이유에서다.

긴급조정권 발동 후 중노위 조정 없이 노사는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1993년 7월에는 현대그룹노조총연합의 파업 과정에 긴급조정권이 사용됐다. 당시 현대그룹이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현총련과 협상을 거부하면서 총파업을 벌였다.

긴급조정권이 공표되고 하루 만인 1993년 7월 21일 노사는 임단협에 합의했다.

2005년에는 항공사 파업에 긴급조정권이 두 차례 발동됐다.

그해 6월 1일 아시아나항공이 파업에 돌입했고, 수송 차질 등으로 총 3천233억원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같은 해 8월 10일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고 조정을 개시했다. 하지만 조정은 결렬됐고, 이에 9월 9일 중재재정을 내렸다.

가장 최근 발동 사례는 2005년 12월 8일 대한항공 파업 때다. 정부는 사흘 만인 12월 11일 긴급조정권을 사용했다. 막대한 수송 차질 및 국민 불편을 막기 위해서다.

중노위 조정은 결렬됐고, 다음 해 1월 10일 중재재정이 내려졌다.

2016년 10월에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나서려 하자 정부가 긴급조정권 공표를 예고했다. 노사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앞두고 극적 합의를 이뤄 긴급조정권은 사용되지 않았다.

이번에 긴급조정권 발동이 공표되면 2005년 이후 21년 만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파업 시작일은 오는 21일이다.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xanadu@yna.co.kr

o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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