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출로 산 30억대 아파트, 아빠찬스?…국세청 127명 세무조사

부당증여 현금부자·채무과다자·다주택자·30억 이상 취득자 대상

매입가 총 3천600억원 중 1천700억원 탈루 의심…"자금 끝까지 추적"

[국세청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30대 A씨는 서울 강남의 이른바 '학군지'에 30여억원짜리 아파트를 대출 없이 현금으로 사들였다. 대기업 직장인이긴 하지만, 수입만으로는 마련하기 어려운 규모였다.

공교롭게도 A씨의 아버지가 비슷한 시기에 30여억원에 달하는 해외주식을 매각했고 이 자금의 사용처도 불분명했다.

A씨는 아버지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의심받아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A씨처럼 부동산 매매를 하면서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127명을 선정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104명에 이은 2차 조사다.

이번 조사 대상은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투기성 거래, 부의 이전을 위한 편법 자금조달 등이다. 이들이 사들인 부동산 가액은 총 3천600억원이고 탈루 혐의 액수는 1천700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조사 대상은 A씨와 같이 대출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와 채무 과다자다.

역시 30대 초반 사회초년생 B씨는 강남권 신도시 지역에 20억원대 아파트를 사들였지만, 소액의 담보대출만 받았다.

모자란 10억여원은 '건물주'인 부친으로부터 빌리고 차용증을 작성했는데 그 내용이 통상적이지 않았다.

부친의 사망시점을 상환 기한으로 정하고, 이자도 상환 시점에 일괄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돼있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상환 능력이 부족한 자녀가 허위 채무계약으로 고액의 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과도한 자금을 동원해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다주택자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미 2주택자인 C씨는 '한강뷰' 아파트를 30여억원에 대출 없이 사들여 2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얻었다.

국세청 분석 결과 C씨는 중견기업 대표인 부모로부터 부족한 취득 자금과 취득세·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편법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이처럼 투기성 다주택 취득을 집중 조사해 자금원뿐 아니라 세금신고, 자산증가, 가족 간 자금 이전 등 자금 흐름 전반을 조사해 탈세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세청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농산물 도소매업자인 D씨는 가격급등 지역인 서울 강북 소재 아파트를 20억원에 사들이면서 수억원의 예금을 자금 원천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분석 결과 농산물 유통·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매출을 신고누락해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D씨뿐만 아니라 소득누락 혐의가 있는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 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성북구, 강서구 등 서울 비강남권 지역과 경기 광명·구리시 등 가격 급등에 편승한 투기·탈세 행위자도 조사 대상에 올렸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지에 많은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를 대상으로 전수검증을 하고 있다.

치과의사 E씨는 강남권 아파트를 50여억원에 사들였다가 국세청의 검증 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E씨가 비급여 진료비를 현금 결제하도록 유도해 병원 수입금액을 누락하거나, 고액 자산가인 부모로부터 자금을 편법 증여받아 이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소득세 추징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세청 오상훈 자산과세국장은 "자금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업소득을 누락하거나 법인 자금을 유출해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했다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2vs2@yna.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