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밀가루값 6조 짬짜미…7개사 과징금 6천710억원 역대 최대

밀가루 가격 최대 74% 올라…소비자 부담으로 전가

제분사 담합, 21년 만에 또 적발…공정위, 가격 재결정 명령

밀가루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과 기사는 관계 없음.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국내 주요 제분사들이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7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6년간 이뤄진 담합 규모는 6조원에 달했다.

제면업체, 제과업체 등 대형 실수요처와의 기업간거래(B2B)에서 반복적으로 밀가루 판매 가격과 물량을 밀약한 결과,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 7개 제분사, 시장 점유율 88%…상위 3개사 과징금 각 1천억대

공정위는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제분사)인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145990],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002680] 등 7곳에 밀가루 공급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총 6천710억4천500만원을 부과하기로 전원회의에서 의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와 함께 각 제분사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3개월 이내에 다시 정하도록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도 내렸다. 사실상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조치다.

공정위는 또 앞으로 3년간 밀가루 가격의 변경 현황을 1년에 두 차례 서면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과징금은 담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담합 관련 매출액이 총 5조6천900억원에 달하고, 매출 규모·협조 정도에 따라 상위 사업자는 15%·하위 사업자는 10% 과징금 부과 기준율이 적용된 결과다.

업체별 과징금은 ▲ 사조동아원[008040] 1천830억9천700만원 ▲ 대한제분[001130] 1천792억7천300만원 ▲ CJ제일제당 1천317억100만원 ▲ 삼양사 947억8천700만원 ▲ 대선제분 384억4천800만원 ▲ 한탑 242억9천100만원 ▲ 194억4천800만원이다.

7개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6년간 24차례에 걸쳐 제면 업체, 제과업체 등에 판매하는 밀가루 가격을 짬짜미하고 거래 물량을 제한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7개 제분사는 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87.7%(2024년 매출액 기준)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 사건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에스피씨삼립㈜과 삼양제분㈜ 등 2곳은 주로 계열회사에 밀가루를 공급하고 있어 사실상 7개 제분사가 B2B 시장 가격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구조였다.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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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맥 시세 하락·보조금 지원 때도 가격 올려

제분사들의 담합은 가격 경쟁이 격화되던 2019년 11월 대한제분, 씨제이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위 3개 사 대표자급 임원과 삼양사 임직원의 식당 회합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농심[004370]을 포함한 전체 B2B 거래처들을 상대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담합 가담자와 대상 거래처, 담합 대상 밀가루 제품 등은 순차적으로 확대됐다.

우선 2019년 11월∼12월 상위 3개 사와 삼양사 등 4개 사는 대형 수요처인 농심과 팔도에 공급하는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합의했다.

2020년 1월에는 삼화제분, 대선제분, 한탑 등 하위사가 가담해 중소형 수요처, 대리점 등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일부 제품의 공급 가격을 짬짜미했다.

이후 2021년 4월부터는 7개 제분사 모두가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담합 제분사는 필요에 따라 상위 3개 사와 상위 4개 사, 7개 사 등 다양한 형태로 총 55차례에 걸쳐 만났다. 때에 따라 대표자 혹은 실무자가 회합하면서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짬짜미해왔다.

직접 회합에 참석하지 않은 하위 제분사가 있을 경우, 유선 연락을 통해 합의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하위사들이 상위사에 먼저 연락해 합의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

담합 제분사들은 2023년 이후 수입 원맥 시세가 하락했음에도 농심 등 대형 수요처에 원가 하락분을 최대한 늦게 반영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농심이 2024년 12월 원맥 시세 안정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청했지만, 상위 4개 사는 오히려 환율 상승을 이유로 밀가루 공급가격을 ㎏당 15∼20원 올렸다.

이들의 짬짜미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정부 보조금이 지원될 때도 이어졌다.

정부는 국제 원맥 시세 상승기이던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이들 제분사에 총 471억원 규모의 가격 안정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당시 보조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보조금 몰수 등 사후 조치는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솟는 디저트 가격
지난해 11월 11일 한 카페에 진열된 케이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제분사들, 담합 인지…공정위 "식료품 담합 엄중 제재"

담합 결과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맡게 됐다.

담합 기간 중인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 가격은 담합 시작 시기인 2019년 12월에 비해 제분사별로 38∼74%까지 올랐다.

농심, 오뚜기[007310], 팔도 등과 같은 제빵·제과·제면 업체들이 밀가루를 비싸게 사면 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올린다. 소비자들이 담합 이전보다 빵, 라면 등을 더 비싸게 샀다는 의미다.

반면 담합에 가담한 대부분의 제분사들의 영업 이익률은 크게 개선됐다.

이 사건 제분사들은 2006년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한 차례 제재를 받고도 재차 담합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간에도 사건 담합을 지속해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제분사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지난 1월 검찰의 요청에 따라 7개 제분사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14명에 대해 이미 고발 조치했다.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 침해 행위를 엄단하라고 주문한 가운데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빨리 조사를 마치고 결론까지 냈다.

공정위는 최근 설탕 가격 담합을 적발해 제재를 내린 데 이어 이날 밀가루, 앞으로 전분당 담합 의혹까지 국민 생활 밀접 품목에 대한 면밀한 감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설탕에 이어 밀가루 담합으로 제재받게 됐고 전분당 담합 관련으로 조사를 받고 심의에 상정돼있다.

이들의 시장 참여 제한 검토 가능성에 관해 남 부위원장은 "당장 사건에 적용하긴 어려운데 (관련 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 부위원장은 "국민 생활 밀접 품목에는 적극적으로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릴 계획"이라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의 가격 등을 놓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제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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