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에 2분기 환율 외환위기 후 최고…공항선 1,620원대

원화 가치 이달에만 3.5% 하락…하락폭 러시아 이어 주요국 2위

구두 개입에도 사라진 경계감…경상수지 흑자여도 기업 달러 충분히 안 풀려

치솟는 환율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2.08포인트(1.84%) 내린 8,639.41에 장을 마치며 지난달 28일 이후 처음으로 하락 마감했다. 2026.6.4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을 120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미국 물가 상승과 고용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전망에 무게가 실리며 달러도 강세다.

환율은 한동안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지난주 고점을 한단계씩 껑충껑충 높이더니 1,600원이 시선에 들어오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 2분기 평균 환율 외환위기 이후 최고…공항에선 1,620원 넘어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2시 마감한 야간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가파르게 올라 1,550원과 1,560원 선을 연이어 찍고 장중 최고 1,561.5원까지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점을 기록한 2009년 3월 6일(장중 고가 1,597.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환율은 이후 주간거래 종가보다 19.9원 높은 1,55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분기 평균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들어 지난 5일까지 평균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490.98원으로,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들어 평균 환율은 1,477.06원으로,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해(1,420.97원) 연평균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공항에서는 달러 현찰 구매 환율이 이미 1,600원을 넘어섰다. 지난 6일 기준 하나은행 고시 공항 영업점 환율은 1,624.00원이다.

최근 원화 약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유독 두드러진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일주일 새 3.48% 하락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3.54%)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2% 상승한 데 비해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더 컸다.

이달 원화 하락률은 일본 엔화(-0.65%)와 중국 역외 위안(-0.38%), 대만 달러(-0.55%) 등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보다 월등히 높았다.

정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루피아(-0.87%)를 비롯해 칠레 페소(-2.71%), 태국 바트(-1.10%) 등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도 많이 떨어졌다.

영국 파운드(-0.82%), 스위스 프랑(-1.93%), 유럽 유로화(-1.21%), 캐나다 달러(-1.03%), 스웨덴 크로나(-2.38%), 튀르키예 리라(-0.43%), 말레이시아 링깃(-1.54%),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2.05%) 등도 원화보다는 하락률이 낮았다.

6월 통화별 등락률
[연합인포맥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멈추지 않는 외국인 순매도 행진…역외 변동성도 환율 끌어올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118조원 넘게 팔아치우고 있다.

중동 전쟁 전후인 올해 2∼3월에 대거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는 4월 한 달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5월에는 다시 44조원 넘게 팔았고 6월엔 4거래일 동안 18조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

코스피가 9천선을 향해 급등하자 차익 실현과 국내 주식 비중 조정(리밸런싱) 수요가 겹쳤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점이 원/달러 환율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 5월 고용 상황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자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달러인덱스는 2개월 만에 100선을 넘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지난 달 중순부터 6월 첫 주까지 하루 평균 3조원이 넘는 역대급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졌는데, 이 중 대부분이 달러 커스터디(보관) 수요로 유입되면서 외환시장에 수급 쏠림을 주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달러인덱스도 상승 흐름으로 반전됐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가 수급 쏠림을 해소할 만큼 시장에 충분히 풀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 업체들도 환전을 미루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커진 변동성도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있다.

NDF는 일정 시점에 외환을 일정 환율로 매매할 것을 약속한 선물환의 일종으로, 계약한 환율과 만기일 때 현물 환율 간에 차액만을 거래한다. NDF 시장은 거래량이 많지 않고, 실제 통화 거래를 수반하지 않아 외환당국의 개입도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 외환시장 휴장일이었던 지난 3일 뉴욕 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 환율이 1,530원대로 치솟으면서 이튿날 역내 주간 거래에서도 개장 직후 환율을 끌어올렸다.

주간보다 거래량이 적어 역외 시세의 영향력이 큰 야간 거래에서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지난 4일 주간 거래에서 1,520∼1,530원대에서 등락하던 환율은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 빠르게 상승 폭을 키워 1,540원대로 올라섰다. 이튿날도 마찬가지로 야간 거래에서 환율이 더 올라 전고점을 깨는 흐름이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 한때 1,520원 돌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전날 장중 한때 1.520.10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1,520원대를 찍은 것은 지난 4월 2일(장중 최고가 1,524.10원) 이후 두 달 만이다. 사진은 3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환전소 모습. 2026.6.3 jin90@yna.co.kr

◇ 당국 구두개입 안 먹혀…"연중 1,500원대" vs. "펀더멘털 따라 1,400원대로 안정"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시장이 계속 요동치자 시장에서 당국 경계 심리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당국은 지난 달 22일 환율이 장중 1,520원에 근접하자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냈으며, 지난 4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과도한 쏠림에 필요시 즉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환율은 크게 출렁이며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높은 환율 수준을 용인하거나, 속수무책이라는 인식마저 생겨나는 분위기다.

이낙원 위원은 "외환당국 수장들의 스탠스를 지켜본 시장에서 당국 개입 경계감이 크게 없는 상황"이라면서 "구두 개입 이후엔 때로는 고강도의 실개입으로 특정 레벨에서 시장의 기대심리를 꺾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의 구두 개입이 없었다면 환율이 더 올라갔을 수도 있다"면서도 "당국 발언 수위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꺾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서 구두 개입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당국이 무의미하게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는 것이 상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주식을 팔고 나가는 외국인들의 달러 수요를 받쳐주는 역할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외환당국이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섰음에도 엔/달러 환율이 160엔에 근접하는 점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싣는다.

백석현 신한은행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외환당국이 지난 한 달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엔화 약세의 속도를 늦추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당국의 개입은 속도를 늦출 뿐"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당국은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고환율에도 우리나라의 외화 유동성 등 대외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대로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직결돼 취약계층과 내수 기업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인상 가능성도 높인다.

중동발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원화 기준·전년 동기비)은 3월 20.4%, 4월 20.2%를 기록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9월(24.2%) 이후 3년 반 만에 20%대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 상승·코스피 하락 마감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장을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29.7원)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2026.6.5 jin90@yna.co.kr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더 이어지면 환율이 단기간에 내려오긴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더 빠져나갈 외국인 자금이 10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낙원 위원은 "3분기까지는 외국인 순매도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외국인이 계속 주식을 파는데도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대로 오히려 더 높아졌는데, 이 비율을 약 2% 정도만 낮춘다고 가정해도 매도할 금액이 약 150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시장 수급이 매수 쪽으로 쏠려 있어 당분간 환율 상단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1,590원대까지 열어놔야 한다"면서 "하반기에도 환율이 1,470원∼1,600원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도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1,500원대 환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경상수지 흑자와 금리 인상 등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고려하면 환율이 1,400원대로 점진적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1,550원이 깨진 이후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외국인 수급이 좀 해소된다면 현재 한국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해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으로 하락 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중동 전쟁에 대한 민감도가 점차 떨어지고, 외환당국의 대응 의지와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1,400원대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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