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금리인상 예고 벌써 세 번째…'연내 2회 인상' 관측

2분기 물가, 한은 전망치 상회할듯…성장·집값·환율도 긴축 지지

시장 일각 '빅스텝·연속 인상' 거론하지만 '취약계층 충격' 고민

한은총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8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예고하면서 본격적인 긴축 돌입 시점과 속도에 관심이 쏠린다.

연내 2회 인상 전망 속에 일각에서는 당장 7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이나 7·8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나 금융 취약계층 등의 부채 상환 부담 확대 등은 고민거리로 거론된다.

신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창립 제76주년 기념사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정책변수 간 상충 관계에 직면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그런 상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 총재가 공개적으로 향후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 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이런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달 1일 한은 국제콘퍼런스 정책대담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 조정에 있어 장애물이 적다고 볼 수 있다"며 "통화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신 총재 메시지 외에 금통위원의 6개월 뒤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 분포가 일제히 상향 조정됐고, 유상대·장용성 위원이 동시에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미 5월부터 금리 인상 여건이 상당히 갖춰졌지만, 긴축 전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주는 '관례'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총재는 이날 기념사에서 특히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입수된 데이터도 이런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최근 물가, 성장, 집값, 환율 등의 종합적인 흐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달 초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에 달해 한은의 목표 수준(2.0%)보다 1%p 이상 높게 나타났다.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지난 3월 2.2%에서 4월 2.6%로 높아진 데 이어 5월 곧바로 3%를 넘어서면서 한은이 지난달 제시한 2분기 물가상승률 전망치(2.9%)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쳐 신 총재가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활물가도 5월 3.3%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수도권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매매 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기록한 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장기간 고공행진 하는 점도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는 배경이다.

신 총재는 최근 한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세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 속에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1.8%로 집계, 이례적으로 높았던 속보치(1.7%)보다도 0.1%p 더 올랐다.

역시 신 총재가 중시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9.2% 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각국 물가가 크게 뛰면서 주요국 통화정책도 긴축 쪽으로 일제히 방향을 틀고 있다.

간밤 유럽중앙은행(ECB)은 예금금리와 기준금리, 한계대출금리를 각 0.25%p씩 인상했다. 2023년 9월 이후 2년 9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오는 15∼16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기준금리가 기존 '0.75% 정도'에서 '1.0% 정도'로 인상되면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18일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현재 물가 수준과 향후 금리 경로에 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5%에 달했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부담 확대 등은 금리 인상 속도를 둘러싼 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는 지점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일부 반도체 회사와 비교하면 다른 부문의 성장세가 그리 뚜렷하지 않아 'K자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5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이후 첫 감소였다.

신 총재도 기념사에서 "성장의 정보기술(IT) 부문 의존도가 커서 부문 간 격차가 여전한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긴축의 '고통'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은 안팎에서는 금리를 높이더라도 그 파급에 따른 경제 전반의 영향을 주시하며 올해 3분기 1회, 4분기 1회 등 총 2회 0.25%p씩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거론된다.

일각에서 제기한 6월 임시 금통위 소집과 전격 금리 인상은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재는 "(기업과 가계의) 어려움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은 재정정책을 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한은도 기여할 부분은 없는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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