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장특공제 비거주 축소·폐지 갈림길…매물 잠김 우려도

현행 비거주에 최대 40% 공제…"오랜 투기에 세금 깎는 것은 비정상"

비거주 폐지 땐 명칭도 '장기거주소득공제' 등으로 변경 방안 부상

"집값 잡는 데 효과 떨어져" 지적도

지난 10일 서울 강남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안채원 송정은 기자 = 부동산 투기 수요 차단에 나선 정부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정조준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거주하지 않고 보유한 주택에 세금을 깎아주는 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며 비거주한 경우 장특공제를 축소·폐지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장특공제를 축소하면 매물 잠김 등의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3월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3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똘똘한 한 채' 부추겨 수도권 집값 밀어 올려

12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서 부동산 양도세 장특공제를 실거주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장특공제는 1세대 1주택자에게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양도세를 공제해주는 것을 뜻한다.

보유 기간에 1년당 4%(최대 40%), 거주 기간에 1년당 4%(최대 40%) 공제가 적용된다.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하더라도 최대 40% 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가령 15억원에 취득한 주택을 10년간 거주한 뒤 45억원에 양도했을 경우, 장특공제 80%를 적용받아 양도소득세로 약 1억5천만원만 내면 된다.

양도 차익 30억원(45억원-15억원)에 견줘보면 실효세율이 5.0%로 상당히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애초 실수요 보호 장치로 도입된 장특공제가 개편 논의 대상이 된 것은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도한 양도세 감세 혜택으로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지방의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고 강남권, 한강벨트 지역의 '똘똘한 한 채'를 매매하면서 결과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살지도 않을 집에 오래 투기했다고 세금 깎아주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세금 폭탄이냐"며 "1주택자의 주거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비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축소하고 그만큼 거주 보유기간에 대한 감면을 늘리는 게 맞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7일 이날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장특공제 보유 공제 40%서 축소…거주 공제는 확대

이에 정부는 현재 실거주자 중심의 장특공제 개편 방향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장특공제 보유 혜택 최대 40%, 거주 혜택 최대 40%에서 비거주자에게 주는 보유 혜택 최대 40%를 어느 정도 축소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유 혜택은 줄이지만 실거주자를 우대하기 위해 거주 혜택은 반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장특공제 변경 폭은 이달 중하순 부동산 정책 관련 토론회 이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가령 (장특공제 보유·거주 공제를 각각) 0%·80%로 할지, 아니면 20%·60%로 할지 등 여러 조합이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보유 공제를 '0%'로 폐지할 경우 장특공제 명칭도 변경될 수 있다. '보유'가 빠지는 상황을 고려해 '장기거주소득공제' 등이 대안 명칭으로 떠오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향과 발맞춰 정부는 초고가 주택의 장특공제를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다만 종부세는 공시가격, 양도세는 양도차익 등으로 기준이 다른 만큼 초고가 주택 기준은 종부세와 반드시 일치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 은퇴자의 경우 주택을 매도해서 현금흐름을 개선하려는 수요가 있는데 장특공제 축소로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들에겐 매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아울러 장특공제 개편과 관련해 유예기간을 두고 점진적·단기적으로 진행해 빨리 팔수록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및 주택단지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과세 원칙 부합…"집 사지도 팔지도 말라는 것" 지적도

정부의 개편 방향과 관련해 일각에선 과세 원칙에 부합하고,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그동안 (주택)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장특공제 축소로) 양도세를 많이 내도 (매매자들은) 많이 벌어간다"고 말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과 공평 과세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우리 사회가 소득·자산 양극화를 얘기하면서 자산 독점으로 돈 버는 것을 용인해준다면, 다주택자들은 그렇게 집을 판 다음 또 집을 살 것"이라며 주택 시장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거래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집값이 잡힐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실거주든, 비거주든 장기보유 혜택을 그대로 가져가야 임대주택의 안전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부세를 강화하는데 양도세까지 강화하면 집을 사지도, 팔지도 말라는 것"이라며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갭 투자를 했더라도 장기보유자들의 경우 (최근 거래가 없었기 때문에) 집값 상승 주범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장특공제 강화로 집값 잡는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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