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줬으면 땡' 증여 취소 금지한 민법조항…헌재 "합헌"

"증여자 일방 의사로 법률관계 불안정해지는 것 최소화"

소수 의견 "부양의무 방기하면 증여 취소할 수 있게 해야"

상속 다툼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부양 의무를 저버렸거나, 증여계약을 서면으로 하지 않았거나, 재산상태가 변경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이뤄진 증여를 취소할 수 없게 한 민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미 이행한 증여를 해제할 수 없다고 규정한 민법 558조 등에 대한 위헌소원 심판에서 최근 합헌으로 결정했다.

청구인 A씨는 2008년 10월 자녀에게 토지를 증여했다가 2023년 그와 갈등을 겪고 증여를 해제한다고 알리면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냈다.

A씨는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한 민법 555조,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해제할 수 있다는 556조 1항 2호,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현저히 변했을 때 해제할 수 있게 한 557조를 청구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위 조항에서 명시한 사유가 있다고 해도 이미 이행된 증여는 해제할 수 없게 한 민법 558조를 들며 A씨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이에 민법 558조 중 555조, 556조 1항 2호, 557조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23년 9∼11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서면과 재산상태 관련 조항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미 이뤄진 증여까지 이들 이유로 해제할 수 있게 하면 증여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증여자와 수증자의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재산상태 조항에 대해선 "수증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이유만으로 증여자의 해제권을 인정하게 되면, 증여가 이행된 상태를 기초로 경제생활을 하는 수증자가 불측의 손해(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부양의무 불이행 관련 조항에 대해선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다수 의견은 이 조항 또한 "증여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복잡하고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들은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가 도덕적·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순 있으나, 이를 어떤 방식으로 법적 책임의 영역에 반영할지에 대해선 다양한 입법론적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자는 부양의무 관련 증여해제 제한 조항을 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들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당 조항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양의무를 방기한 자녀를 상대로 부모가 따로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고, 자녀가 부양의무를 지는 것을 조건으로 이뤄지는 부담부 증여도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심판 대상 조항이 증여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김상환·김형두·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이 조항에 대해 "부양의무에 관한 우리 공동체의 정의관과 윤리관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녀로부터 증여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윤리관에 부합하고, 가족 간 유대와 상호 부조를 근간으로 하는 가족 질서를 유지하는 올바른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양의무 관련 증여해제 제한 조항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수증자의 법익만 우선시하고, 증여의 기초가 된 신뢰가 무너지고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증여자의 법익을 도외시한다"며 "법익 균형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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