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시총미달 상폐수순에 기대·반발…"밸류업 기대 vs 새싹뽑아"

거래소, 36개사 관리종목 지정…"상폐 강화로 코스닥 기업 실적 상승"

해당 일부 기업들 "이익 내고 있는데" 반발…"자금조달 어려움 등 더 악순환"

해당기업 투자자들 불안…일부 향후 법적 다툼 가능성도

금융당국, 상장폐지 요건강화 시동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에 발맞춰 주가 1천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6.2.12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김유향 기자 = 정부가 '부실기업 퇴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코스닥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와 기업의 반발이 엇갈리고 있다.

한계기업 퇴출과 코스닥 승강제 도입으로 시장의 수익성과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도 주가·시총 기준에 걸려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놓이면서 반발도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

◇ 코스닥 재평가 시동…부실기업 퇴출·승강제 도입에 '천스닥' 기대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을 새롭게 시행, 지난달 1일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천원 미만이거나,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 경우 다음날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중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된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이날 장 마감 기준으로 최근 30거래일간 주가가 1천원 미만을 유지하거나,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을 30거래일 이상 밑돈 36개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 9개사, 코스닥 27개사다. 상당수 기업이 주가 미달 사유로 지정됐으며, 중복 사유를 제외하고 시총 미달로 지정된 기업은 9개사다.

이는 실질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의 퇴출을 강화해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코스닥 기업의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우선 부실기업 퇴출에 따라 코스닥 전체 기업의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코스닥 전체 영업이익에는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뿐 아니라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실적도 함께 반영되는데,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면 남은 상장기업을 기준으로 한 전체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기업 중 한계기업을 제외한 영업이익 합계는 18조8천억원으로, 한계기업을 포함한 전체 코스닥 영업이익 14조1천억원보다 4조원 이상 많았다.

이에 따라 코스닥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도 낮아지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계기업을 제외하고 남은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커지면, PER를 구할 때 분모(순이익)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폐지 제도 강화로 코스닥 기업의 실적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며 "실적 상승은 코스닥의 높은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연결되는데, 분자인 시가총액은 감소하고, 분모인 당기 순이익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코스닥 전체 PER은 112.6배였지만, 한계기업을 제외하면 31.3배로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 구체적인 코스닥 승강제 도입 방안 발표가 예정된 점도 시장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코스닥 승강제는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스탠다드 등 단계로 나눠 투자자 접근성과 시장 신뢰도를 높이려는 방안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르면 9∼10월 발표되고 내년 상반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승강제 도입 결과 (최상위 리그인) '셀렉트' 종목으로 선별되는 종목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오 업종 비율이 높은 코스닥지수 특성상 반등 시 수혜업종은 바이오 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정책 효과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코스닥지수가 '천스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준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코스닥 승강제 도입 등 정책 이벤트가 다수 대기 중인 가운데 9월 이후 코스닥은 정책 효과에 힘입어 상승 동력을 재차 확대할 것"이라며 "1,000포인트 수준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부실기업 퇴출만으로 코스닥의 체질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량기업의 이탈을 막고 유망기업을 유입하는 한편, 상장사들도 자체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준 연구원은 그간 코스닥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코스닥의 약한 펀더멘털(기초체력), 높은 밸류에이션 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투자 유인과 신뢰의 약화"라며 "한계기업은 내보내고, 우량기업의 이탈은 막으며, 유니콘 같은 유망 기업은 흡수할 수 있는 시장이 될 때 비로소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뀔 것이다. 신뢰가 형성되면 연기금 같은 장기 기관 자금도 자연스럽게 유입될 전망"이라고 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셀렉트 지수가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지배 구조 등을 반영해 선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관련 정책의 수혜가 모든 중소형주에 균등하게 배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선별 작업도 중요하겠지만, 코스닥 상장기업들도 거버넌스와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중심에 두고 선별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과 기업(PG)
[제작 이태호]

◇ 관리종목 분석해보니…"이익내고 있는데" 기업들 반발도

한편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시가총액이나 주가가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따라 관리종목 지정 기로에 놓이면서 기업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해 증시 신뢰를 높인다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상적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까지 주가와 시가총액이라는 시장가격만으로 걸러내는 것이 적절하냐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생활용품 및 자동차 내장부품 제조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엠아이[033050]는 주가 1천원 미달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회사는 연결 기준으로 최근 수년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매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이엠아이가 최근 공시한 잠정 연결실적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8% 늘었다. 매출은 49.8% 늘어난 61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시가총액도 280억∼290억원 수준으로 강화된 시총 기준인 200억원을 웃돌았다. 유일한 걸림돌은 '주가'였다.

회사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전사적인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거쳐 2020년부터 실적과 내재가치가 개선돼왔다"며 "(코스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과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주식 매입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해왔지만 한번 수급이 꼬이고 나니 주가를 회복시키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동전주 상장폐지 기준 시행 이후 기업의 관리종목 지정 이슈가 거론되면서 회사가 공시한 실적이나 사업 내용 자체를 불신하는 투자자까지 생기고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관리종목이라는 말 자체가 일종의 낙인으로 작용한다"며 "그동안 액면병합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바꾸는 조치가 아니어서 하지 않았지만, (관리종목 지정 이후)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200억원 기준을 두고도 기업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코스닥 기업 안팎에서는 인수·합병(M&A)이나 신주 발행 등이 근본적인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단기간에 시총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시총이 150억원을 넘지만 200억원을 밑돌고 있는 코스닥 반도체 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기존 기준에 맞춰 영업해온 기업 입장에서 시총 기준이 단기간에 크게 높아진 것은 부담"이라며 "특히 코스닥 시장 전체의 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혼자 시가총액을 끌어올릴 방법은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비철금속 제조기업 B사 관계자도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기준이 올라간 것은 30% 넘게 시총이 뛰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상한가 도달 수준의 상승이 나와야 하는 것인데 정상적인 영업 활동만으로 단기간에 이를 맞추라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 큰 우려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다. 관리종목이 곧바로 상장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위험이 높아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B사 관계자는 "관리종목이 되면 금융권에서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 대출 상환 압력이 커질 수 있고, 거래 업체들 역시 대금 회수를 우려해 거래를 줄일 수 있다"며 "주가가 떨어져 관리종목이 되고, 그 때문에 다시 영업과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거래소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 간의 소송 등 법적 다툼이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장사들이 강화된 기준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상장폐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한 상장사가 관련 결정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통상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하는 경우는 있지만, 관리종목 지정 단계에서부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약 100곳 이상 기업의 상장폐지가 예상되는 만큼, 거래소 내부에서는 법무 관련 조직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 업계에서는 시가총액만으로 기업의 건전성을 판단하기보다 영업실적과 자산 건전성,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플랫폼 기업 C사 관계자는 "관리종목 우려가 붙는 순간 기존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 차원에서 주식을 던지게 된다"며 "기업의 특성도 다르고 증시 환경도 다른데 시가총액이라는 한 가지 기준을 일괄 적용해 관리종목까지 지정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제도 아래서는 필요해서가 아니라 관리종목을 피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거나 사업을 인수하는 선택까지 강요받을 수 있다"며 "코스닥이 성장 단계 기업의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준을 좀 더 촘촘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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