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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첫 시범운항 컨테이너선 출항…2030년 정기 서비스 개통 목표
부산 거점 해양수도권 육성 기대…지정학적 리스크 등 해결 과제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일 부산 북항에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될 극지 운항에 적합한 내빙 성능을 갖춘 2천800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정박해 있다. 2026.8.20 handbrother@yna.co.kr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다.
부산에 거점을 둔 국내 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의 2천75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22일 오후 부산을 출항해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선다.
북극항로는 기후 변화로 북극의 해빙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북극해에 생겨난 새로운 뱃길이다.
유럽에서 러시아 북쪽 연안을 지나 태평양으로 가는 북동항로와 북미 북쪽 해안을 거쳐 태평양으로 가는 북서항로가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 항로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통상적으로 북극항로라고 하면 북동항로를 가리킨다.
배를 타고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갈 때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는 2만㎞에 달하지만, 북극항로는 1만3천㎞로 운항 거리가 약 35% 줄어든다.
그만큼 물류비 부담을 덜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고유가 국면일수록 비용 절감 효과는 커진다.
올해 들어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북극항로의 가치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존 항로의 위험이 커진 만큼 대체 항로를 확보해 물류망을 다변화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주변국들도 앞다퉈 북극항로 진출에 나서고 있다.
'근(近)북극 국가'를 자처하는 중국은 북극항로를 '빙상 실크로드'로 규정하며 북극항로 선점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의 한 해운사는 최근 중국 닝보와 영국 펠릭스토우를 잇는 북극항로 정기 컨테이너선 서비스를 개통했다.
일본도 2015년 북극 정책을 수립하고 북극항로 진출을 준비해왔다. 올해 안으로 신형 쇄빙 연구선 '미라이 2호'를 건조해 북극에 관한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축적하고 국제적 발언권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 선사가 북극항로 운항에 처음 나선 것은 2013년이다. 당시 현대글로비스가 유조선으로 러시아에서 나프타를 싣고 북극항로를 거쳐 광양항까지 운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국내 선사가 북극항로를 운항한 사례는 있었지만, 컨테이너선으로 왕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범 운항은 북극항로의 본격적인 물류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운항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이를 시작으로 북극항로 운항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해 2030년 정기 서비스 항로를 개통할 계획이다. 이어 컨테이너선을 단계적으로 대형화하면 2035년쯤에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해서는 쇄빙선과 내빙선 건조 능력과 극지 해기사 등 인력 기반도 뒷받침돼야 한다.
쇄빙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기술은 국내 조선사가 보유 중이지만, 쇄빙 컨테이너선은 개발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는 내빙선 건조에 대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북극항로 활성화 계획의 거점은 부산이다.
부산항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북극항로의 출발점이자 유럽에서 아시아로 오는 종착점에 있어 북극항로가 활성화하면 세계적인 환적 허브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부산을 중심으로 남부 해양수도권을 육성함으로써 수도권 일극 체제를 허물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북극항로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신항로로 주목받고 있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아직은 불확실성이 많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북극항로는 동절기에는 결빙으로 배가 다닐 수 없어 하절기(6∼10월)에만 운항이 가능하다. 이는 정기 서비스 항로로서는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저온과 폭풍 등 기상 여건도 위험 요소로 거론된다.
중동 전쟁을 계기로 위험이 불거진 기존 항로 못지않게 북극항로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은 러시아 측으로부터 항로 안내 등 서비스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는 서방 진영의 대(對)러시아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이번 시범 운항 준비 과정에서도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막판까지 관련국과의 조율에 공을 들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 등 일부 서방 국가는 이번 시범 운항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이 서방 진영과 러시아의 새로운 갈등 공간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북극항로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언제든지 고조될 수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서 보듯 항행의 자유 원칙이 무너져가는 현실은 우려를 더한다.
북극 환경파괴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반영해 국제해사기구(IMO)는 북극항로에서 중유 사용과 운송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북극항로 운항을 위해서는 LNG와 암모니아, 수소 등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게 불가피하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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