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로 연속 인상…"물가 오름세 확산 방지"(종합2보)

반도체 특수로 3%대 성장 전망…수요·공급측 물가 압력 가중

한미 금리차 0.75%p, 환율 영향 주목…취약차주 부담 높아질 전망

금통위, 의사봉 두드리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서울=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8.2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임지우 이도흔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파른 성장이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을 우려, 지난달 16일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선제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선제적 대응을 통해 물가 오름세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상한 것은 2022년 4월∼2023년 1월 7연속 인상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곧바로 '백투백'(연속 인상)을 감행한 것은 역대 처음으로, 그만큼 긴축에 속도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연속 인상 자체도 ▲ 2007년 7∼8월 2회 ▲ 2021년 11월∼2022년 1월 2회 ▲ 2022년 4월∼2023년 1월 7회에 이어 역대 네 번째일 정도로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앞서 금통위는 2024년 10월과 11월, 작년 2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p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췄다.

작년에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 미국 상호관세 충격 등의 악재가 연발하면서 통화 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후 금통위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가운데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면서 대내외 변수를 점검했다.

지난달엔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가 급반등하고 중동 상황 여파로 물가가 불안해지자 3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이어 탄탄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 금리 동결·인상 전망이 어느 때보다 팽팽했던 시장 분위기를 깨고 이날 연속 인상에 나섰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물가는 올해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전쟁 직전 배럴당 70달러 초반대에서 4월 120달러대로 치솟았다가 최근 90달러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점차 높아지더니 5월(3.1%)과 6월(3.2%) 연달아 3%대를 기록했다.

7월 2.8%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 수준(2.0%)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한은이 중시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7월 2.6%에 달해, 2023년 12월(2.8%)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4월 취임 이후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해왔다.

반면, 성장은 교역조건 개선, 반도체 수출 호조, 내수 회복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뛴 데 이어 2분기에도 0.6%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 6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천억달러에 육박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날 한은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2021년 5월 그해 전망치를 3.0%에서 4.0%로 1.0%p 높인 뒤 최대 폭 조정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기저효과를 극복하고 높은 성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높은 성장세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득 증가가 소비 여력을 키워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작년 2분기보다 15.6% 증가, 1988년 1분기(16.4%) 이후 38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통위는 "그간 높아진 비용 압력의 전이가 지속되고 소득 여건의 개선에 따른 수요측 압력도 점차 커지면서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 달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가 서서히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연 3.50∼3.75%)의 정책금리 격차는 1.00%에서 0.75%p로 축소된다. 2022년 11월 0.75%p에서 12월 1.25%p로 확대된 후 3년 8개월 만에 격차가 최소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가 뚜렷해질지 주목된다. 한미 금리차 축소는 원화의 기초가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최근 한은 입장이다.

지난 6월 초 장중 1,560원을 웃돌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환율은 최근 안정세를 되찾았다.

환율은 지난달 8일 한 달여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왔고, 이달 19일에는 1,400원을 밑돌았다. 24일에는 장중 1,376.5원으로 작년 9월 17일(1,375.7원)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밖에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 차주 부담 가중도 금융안정 측면에서 향후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포괄적 가계부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2천19조8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2천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시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6%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16년 0.71%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p 상승할 경우 전체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1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이자 부담도 연간 1조5천억원 늘어난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 금통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했으며, 황건일 위원 1명이 동결하자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공개했다.

금리 인상 때 동결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2023년 1월 주상영·신성환 당시 위원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는 전체 21개의 점 중에 3.25%에 10개, 3.50%에 6개, 3.00%에 5개가 분포했다.

석 달 전의 점도표와 비교하면 중간값이 3.00%에서 3.25%로 높아졌지만, 올해와 내년의 가파른 성장 전망 상향을 고려하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에 가깝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연속 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한 뒤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 금리 인상 사이클 중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기준금리 결정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직접 설명한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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