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빠진' 기업은행…영장에도 금융사고 몰라, 사고 뒤 또 대출

금감원 통보로 뒤늦게 인지…관련 대출 점검 후 '특이사항 없음' 결론

사고 보고 2주 뒤 19억 추가 대출…野 신동욱 "내부통제 붕괴"

제목없음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IBK기업은행[024110]이 182억원 규모의 부동산 대출사기 혐의와 관련해 경찰로부터 구체적인 사기 수법과 대출금액이 담긴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도 금융사고를 제때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주일 뒤 관련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금융감독원 요청을 받고서야 사고를 인지했고, 이를 당국에 보고한 후로도 19억원 규모의 대출을 추가 실행했다.

문제의 대출 대부분을 자체 점검하고서도 '특이사항 없음'으로 결론 내린 사실까지 확인돼 기업은행의 여신심사와 사고 대응, 사후검사 등 내부통제 전반에 허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금감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9월 24일 기업은행에 수사 협조 의뢰와 압수수색 영장을 발송했다.

경찰 자료에는 시행사·브로커 등이 명의상 수분양자를 내세우고 허위 분양계약서와 계약금 납부자료 등을 이용해 기업은행에서 9억6천500만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구체적인 사기 혐의가 담겨 있었다.

기업은행은 다음 날인 25일 해당 영장을 접수했지만, 이를 금융사고로 인지하지 못했다.

사고를 처음 파악한 것은 일주일 뒤인 10월 2일이었다.

금감원이 기업은행에 압수수색 관련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하자 그제야 경찰의 수사 협조 의뢰와 영장 접수 사실을 확인했다. 기업은행은 같은 달 10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금감원에 처음 보고했다.

경찰의 두 번째 영장도 은행 내부 처리 과정이 허술했다.

지난해 12월 10일 두 번째 압수수색 영장이 기업은행에 접수됐지만, 본부로 전달된 것은 일주일 뒤인 17일이었다.

이렇게 사고를 알아차린 뒤 개시한 자체 점검에서도 위험 신호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기업은행 검사부는 164억8천900만원 규모의 관련 대출을 대상으로 여신심사와 담보 평가, 관련 서류, 자금 흐름 등을 다시 점검했다.

점검 대상에는 같은 건물 내 여러 호실을 담보로 서로 다른 차주에게 실행된 대출이 있었고, 대출 과정에서 제3자의 자금 유입이나 일부 차주와 관계 기업·실질 지배자 간 연계 정황 등이 확인된 사례도 포함됐다.

그런데도 기업은행의 두 차례 점검에서 모두 '특이사항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출을 처음 취급할 당시 위험을 걸러내지 못한 데 이어, 금융사고가 드러난 뒤 관련 여신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한 셈이다.

더구나 금융사고를 인지해 금감원에 보고한 이후에도 관련 대출이 추가로 실행됐다.

기업은행은 금감원 보고 2주일 뒤인 24일 경기 남양주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시설자금 19억원을 추가 대출했는데, 이 역시 대출 사기에 당한 것으로 의심됐다.

해당 대출은 본부의 담보 승인과 여신심사·승인 절차를 거쳤으나 이후 같은 경찰 수사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고, 연체가 발생하면서 19억원 전액이 사고 관련 금액으로 분류됐다.

이번 사고 규모는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계속 불어났다.

최초에는 1개 차주, 1건의 9억6천500만원이 금융사고로 보고됐지만 올해 6월 47억8천500만원으로 늘었고, 관련 차주가 추가로 특정되면서 8월에는 182억2천100만원까지 확대됐다.

기업은행 자료를 보면, 전체 대출 실행액은 12개 차주, 14건의 총 244억6천만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외부 매각 등을 통해 62억3천900만원을 회수했고, 회수 못 한 잔액이 182억2천100만원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0억9천800만원이며, 최종 손실 예상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밖에 국회 자료 제출 과정에서도 허술한 업무 처리가 드러났다.

신동욱 의원실이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금융사고 관련 자료에는 최종본이 아닌 작성 중 파일이 포함됐다. 제출 자료에는 다른 차주의 대출 심사 내용이 섞여 있거나 관계기업 연결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표시된 부분도 있었다.

기업은행은 비식별화 과정에서 작성 중 파일이 혼입됐고 나머지는 편집 오류와 단순 오탈자였다며, 자료를 축소·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시행사와 브로커 등이 수도권 상업용 부동산의 명의상 수분양자를 내세우고 허위 분양계약서와 계약금 납부자료 등을 이용해 대출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른바 '작업 대출' 사건의 일부다.

앞서 같은 유형의 금융사고가 기업은행뿐 아니라 은행과 상호금융권에서 모두 136건, 1천91억1천만원 규모로 발생한 사실이 알려졌다. 은행권 사고 금액 중 기업은행이 182억2천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173억4천만원), 우리은행(98억7천만원), KB국민은행(35억8천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신동욱 의원은 "기업은행은 경찰이 구체적인 사기 혐의와 대출 금액까지 적시한 영장을 보냈는데도 모르다가 금감원이 영장 접수 사실을 알려준 뒤에야 겨우 사고를 인지했다"며 "사고 인지 후에도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찾아내지 못하고 대출을 또 해주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hanjh@yna.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