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아리 왜곡된 학연…금융엘리트 도덕 불감증 도마위

선후배끼리 카르텔…공개매수·제휴 등 각종 미공개 호재 공유

금융인 책무 외면 지적…"美200년형처럼 제재수위 높여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촬영 안 철 수] 2025.8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강수련 기자 = 서울대 경영동아리에서 선후배 관계를 맺어온 금융전문가들이 비밀유지 의무를 저버리고 미공개정보로 수백억원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자 금융엘리트 도덕불감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연합뉴스 취재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발표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핵심 혐의자는 5명 안팎으로 서울대 경영동아리에서 선후배 관계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함께 활동하며 관계를 이어갔고 이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장사 투자·재무 관련 임원직으로 각각 자리를 옮겨 인수·합병(M&A) 업무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 공개매수를 비롯해 유상증자나 상장폐지, 전략적 제휴 등 상장사 지배구조 개편과 인수·합병 관련 각종 정보를 인지했고 이중 주가에 호재가 될만한 정보들을 끼리끼리 공유했다.

정보는 핵심 혐의자 지인과 가족들에게도 흘러 들어갔다. 이들 역시 자신들이 공유받은 정보가 투자에 활용해서는 안 될 미공개 정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쥐고 있는 미공개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해당 종목을 매수했고, 후에 해당 정보가 공시돼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차익실현했다.

일회성 일탈이 아니었다. 이들 정보카르텔 세력은 약 5년에 걸쳐 5개 종목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은밀하게 공유해 총 2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당국은 핵심 혐의자 외에 이들의 지인·가족까지 약 10명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핵심 혐의자 5명은 각각 중소형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장사에서 요직을 맡은 30∼40대 젊은 임원들이다.

당국 관계자는 "이들은 명문대 출신으로 졸업 이후 금융 관련업종에 종사하며 누구보다 자본시장법을 잘 이해하고 정보도 많은 사람들"이라며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인에게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수년간 정보카르텔을 만들고 그 속에서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합동대응단이 이번 사건을 파악하는 데 수사 기법상에서 도움이 됐다고 소개한 NH투자증권[005940]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이 대표적이다.

앞서 합동대응단은 지난해 10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NH투자증권 전 임원과 배우자·지인 등 8명을 적발했다.

해당 임원은 2023년 5월부터 작년 9월까지 2년여간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5개 상장사 주식을 집중 매집, 정보공개 이후 전량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증선위는 이들을 지난 5월 검찰에 고발했다.

화이트칼라 범죄의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종신형이나 150∼200년형을 내리는데, 한국은 불공정거래 형량이 대단히 낮다"면서 "적발도 쉽지 않은 데다 걸리더라도 몸으로 때우면 된다는 생각에 범죄를 통한 기댓값이 높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상복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리 교육만으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면서 "직원부터 최고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하고, 내부고발·적법절차 시스템 등을 촘촘히 갖출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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