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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TRI, 밤샘 끝 1년 앞당겨 열달만에 개발…1994년엔 세계 최초 256M DRAM 성공
"4M DRAM 칩 넥타이핀 연구원들에 선물…'세계와 경쟁 할 수 있다' 자신감 증표"
[ET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1988년 첫 4M DRAM을 10개월 만에 완성하고, 그 칩을 넥타이핀으로 만들어 연구원들에게 선물했어요. 한국도 세계 반도체 경쟁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증표였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
'산업의 쌀'로 표현되는 반도체 호황을 맞아 연구 착수 10달 만에 국내 첫 4M DRAM을 완성해 산업 발전에 기여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목받고 있다.
1976년 설립된 ETRI는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이끌어 온 핵심 싱크탱크 연구기관으로, 수많은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며 국가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산업기술유산 80선'을 선정했는데, 1970∼1980년대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핵심 기술로 메모리반도체인 4M DRAM 개발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국내에서 반도체 개발을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였다.
정부는 1981년 3월 가전제품 중심의 전자산업을 반도체와 컴퓨터, 전자교환기 등 3대 전략품목을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내용의 '전자공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개별적으로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와 ETRI는 한 기관이나 기업이 단독 개발하는 게 아니라 산·학·연이 함께 위험과 기술을 나누는 공동개발 방식을 선택했다.
1986년 4월 산·학·연 전문가들이 '4M DRAM 공동개발계획'을 세웠고, 같은 해 8월 정부 차원의 공동개발 방침이 확정됐다.
[ET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TRI가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삼성반도체통신·금성반도체·현대전자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했다.
ETRI는 반도체 설계와 소자·공정 기술을 중심으로 핵심기술과 전체 연구체계를 마련하고, 기업들은 생산 기반 기술을 담당했다.
다만, 세 기업은 경쟁 관계였기 때문에 대량생산 수율을 높이는 방법을 두고 공동연구에 쉽게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각 기업이 서로 다른 공정인 '트렌치', '스택' 등 두 방식을 함께 쓰는 '트렌치-스택'으로 나눠 개발을 진행했다.
기술 경쟁을 공동개발 체제 안으로 끌어들인 독특한 방식이었다고 김정덕 전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소장은 회고했다.
정부가 정한 개발 시한은 1989년 2월.
연구진은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린 끝에 예정보다 약 1년 이른 1988년 2월에 0.8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선폭의 4M DRAM을 단 10개월 만에 완성했다.
이듬해 3월에는 공정 개선을 통해 20% 수율의 양산 시제품까지 개발했다.
ETRI는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4M DRAM 칩을 단 넥타이핀을 제작해 연구원들에게 선물했다.
김 전 소장은 "연구진에게 작은 반도체 칩은 단순한 시제품이 아니라 한국도 세계 반도체 경쟁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증표였다"며 "당시로서는 국가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기념품이었다"고 전했다.
[ET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TRI는 4M DRAM 개발이 끝나기도 전인 1988년부터 당시 선진국이 개발하던 16M·64M DRAM을 검토했다.
한 단계 기술을 완성한 뒤 다음 단계에 들어가는 방식으로는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실행에 옮겼다.
1990년 16M DRAM 공동개발을 시작했고, 1991년에는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시제품을 완성했다.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M DRAM 개발에 성공했고, 1994년에는 세계 최초 256M DRAM까지 개발하는 성과가 이어졌다.
DRAM은 기억보유 동작이 필요할 때 수시로 쓰고 읽을 수 있는 대규모집적회로로, 개인용 컴퓨터 등에 쓰인다.
김 전 소장은 당시 대통령에게 4M DRAM 성공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4M에서 끝나지 말고 계속 네 배씩 발전해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라고 격려했다"고 회고했다.
DRAM 개발 등으로 인해 지난 50년 동안 창출된 산업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494조원에 달한다고 ETRI 관계자는 설명했다.
[ET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메모리반도체를 반도체를 필두로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CDMA), 전전자교환기(TDX)와 같은 핵심기술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TRI 박세웅 원장은 "지난 50년간 ETRI는 대한민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국가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만들어 왔다. 통신장비·전자부품·컴퓨터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유발효과를 창출하며 국가 산업 생태계 발전을 견인했다"며 "이제 인공지능(AI) 대전환이라는 새로운 변곡점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한 ICT 역량을 AI와 결합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T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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