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전기요금 인상론 재점화

전력망 73조 투자 차질 우려…한전 사장 "최소한의 인상 논의해야"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전력의 사채 발행 한도 특례가 예정대로 내년 말 종료되면 사채 발행 잔액이 법정 한도를 약 19조2천억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구책만으로는 이를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은 "내년 말 이후에는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인상론에 불을 지폈다.

24일 한전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최대 5배까지 늘려준 정부 특례가 내년 말 종료돼 2028년부터 다시 2배로 축소된다.

정부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자 한전법을 개정해 한시적으로 발행 한도를 5배까지 확대하는 특례를 도입했다.

문제는 당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원가 보전 대신 사채 발행 한도 확대를 우선하면서 한전의 사채 발행 잔액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불어났다는 점이다.

이후에도 물가 부담 등을 이유로 산업용을 제외한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 동결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한전의 사채 발행 잔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71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눈덩이처럼 누적된 채무를 털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사채 발행 한도 특례마저 종료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전의 '2026∼2030년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토대로 내년 말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을 28조4천177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른 2배 기준 한도는 56조8천354억원이다.

반면 같은 시점 사채 발행 잔액 전망치는 76조489억원에 달해 특례 종료 시 한전의 사채가 법정 한도를 19조2천135억원이나 웃돌게 된다.

19조원이 넘는 초과분을 해소하려면 대규모 이익을 내 적립금을 쌓아야 하지만, 올해 초 시작된 중동 전쟁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 개선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한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조6천9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2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액은 27조6천57억원으로 0.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4분기에는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8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78% 급감하고, 4천9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막대한 이자 비용 탓에 최종 순손익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

국감 답변하는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19 scoop@yna.co.kr

이러한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용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수도권 외 일부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하되면 한전의 전력판매 수익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자금 조달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한전이 최근 사채 발행 한도 축소에 대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5년 치에 해당하는 전기요금 25조원을 미리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두 기업의 거절로 무산됐다.

한전의 자금난은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육성에 필요한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는 데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한전의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투자액은 72조8천억원으로 2년 전보다 16조3천억원 늘었다. 메가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수요까지 반영하면 투자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금 조달 여력은 바닥을 드러내는데 전력망 확충 등 투자 수요는 급증하자 김동철 한전 사장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김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전력망 투자가 계속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은 논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는 현실을 감안해 사채 발행 한도 정상화 시점을 다시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인·차주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말 한전채 전망치 76조원 중 19조2천억원 규모의 상환 또는 이에 상응하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방안이 부재하다"며 "현재로서는 사채 발행 한도 정상화 유예가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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