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손실' 벨기에펀드 논란…금감원, 한투 등 판매사 3곳 검사

'벨기에 정부기관 임차 건물' 부각하며 900억원어치 팔아

'소비자 보호' 강조 금감원, 제재·분쟁조정 강도 높일 듯

한국투자증권
[촬영 안 철 수] 2024.7.21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15일 약 9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뒤 전액 손실을 낸 '벨기에펀드'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의혹과 관련해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소비자 보호'를 핵심 기조로 내세운 이찬진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펀드 불완전판매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첫 사례라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벨기에펀드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 현장 검사를 나갔다.

한국투자증권이 약 589억원어치를 판 최대 판매사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00억원어치, 120억원어치를 팔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 민원이 이어지고 논란이 지속돼 오늘 검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불완전판매 의혹을 중점적으로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는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현지 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9년 6월 설정됐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펀드를 설정할 당시 공모와 사모를 나눠 총 900억원을 모집했고 나머지 금액은 현지 대출을 통해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애초 5년간 운용 후 임차권을 매각해 수익을 분배할 계획이었지만, 금리 인상기를 맞아 유럽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매각에 실패했고 결국 펀드는 전액 손실이 났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지난 3월 자산운용보고서 공시에서 "연내 펀드를 상환할 예정이지만, 투자자에게 분배되는 금액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펀드 자금을 모집할 당시 '임대율 100%'와 '벨기에 정부기관이 임차 중인 건물이라 안전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판매 과정에서 '절대 손실이 날 리 없다'는 취지의 권유가 확인될 경우 판매사에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투증권은 현재 피해자들에게 20∼50%의 배상률을 차등 적용한 자율 배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배상 책임이 인정될 경우 배상률과 이행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이 취임 후 핵심 과제로 소비자보호 강화를 내세운 만큼, 금감원 검사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찬진 원장은 최근 금투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임직원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권하기 어려운 상품은 판매를 지양해야 하며, 투자자가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상품 설명을 강화해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소액분쟁 사건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편면적 구속력' 제도의 도입도 추진 중이다.

편면적 구속력은 소액 분쟁 사건에 대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민원인이 수락하면 금융사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안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사는 이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 반드시 조정안을 따라야 한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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