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감지하자 '삐! 화재 발생'…"창덕궁, '순라봇'이 지킵니다"

한 달 시범 운영하는 순찰 로봇 보니…매일 9차례씩 후원 일대 점검

"움직이는 CCTV 역할"…비포장 구간·궁궐 문턱 통과 등 보완 필요

창덕궁 순찰하는 자율순찰 로봇 '순라봇'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시범 운영 중인 자율 순찰 로봇 '순라봇'이 20일 서울 창덕궁 경내를 순찰하고 있다. 2026.2.20 [공동취재]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부탄가스 토치로 불을 붙인 뒤 로봇 가까이 가져가자 알림음이 나왔다. 기기에 붙은 경광등이 반짝였고, 모니터링 화면에서는 '화재' 두 글자가 떴다.

창덕궁을 관리하는 상황실 화면에서도 화재 발생을 알리는 팝업창이 켜졌다.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은 뒤에는 '비명이 감지되었습니다'라고 상황을 알렸고, 근처에 사람이 다가서자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는 평가를 받는 창덕궁에 등장한 새로운 식구 '순라봇'의 업무 모습이다.

'화재 발생'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일 서울 창덕궁에서 시범 운영중인 자율 순찰 로봇 '순라봇' 시연 모습. 2026.2.20 yes@yna.co.kr

국가유산청이 지난 10일 시범 운영을 시작한 '순라봇'은 자율 순찰 로봇이다. 순라는 조선시대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순라군에서 따왔다.

4방향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 고감도 마이크, 화재 감지 센서 등을 갖춘 이 로봇은 창덕궁 후원 일대를 돌아다니며 이상 여부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김철용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장은 20일 '순라봇'의 기능과 운영 상황을 설명하며 "궁궐의 '관리 사각지대' 틈새를 메우기 위한 시도"라고 소개했다.

현재 순찰 로봇은 군사 시설이나 대학교 등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다.

가로 75.5㎝, 세로 103㎝, 높이 115.3㎝ 크기의 로봇은 8시간 충전하면 8시간 움직일 수 있다. 비가 오더라도 시간당 10㎜ 미만인 경우 운행이 가능하다.

순라봇이 갑니다, 창덕궁에서 만나요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시범 운영중인 자율 순찰 로봇 '순라봇'이 20일 서울 창덕궁 경내를 순찰하고 있다. 2026.2.20 ryousanta@yna.co.kr

창덕궁에서는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3시 30분, 야간에는 2시간에 한 번씩 매일 9차례에 걸쳐 후원 일대를 40분 순찰하고 있다.

김 과장은 "순라봇은 CCTV가 닿지 않는 공간까지 꾸준히 이동하며 살피는 '움직이는 CCTV'이자 상시 순찰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로봇을 제작한 도구공간의 강경순 본부장은 "궁궐에서 순찰 로봇을 운영하는 건 처음"이라며 "비명, 사이렌 등 16가지 이상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열흘 정도 운영한 결과, 몇 차례 비명을 감지했으나 위험 상황은 없었다"며 "근무 환경 개선, 사전 예방 측면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창덕궁 순찰 로봇, 순라봇이 간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시범 운영중인 자율 순찰 로봇 '순라봇'이 20일 서울 창덕궁 경내를 순찰하고 있다. 2026.2.20 [공동취재] ryousanta@yna.co.kr

새로운 시도인 만큼 보완할 점도 있다.

순찰 로봇은 경사도가 15도 이하인 구간에서는 움직일 수 있지만, 궁궐 전각의 문턱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애련정, 부용지 등 후원 일대와 관람로를 중점적으로 순찰하는 이유다.

창덕궁 후원은 자연경관을 살려 울창한 숲과 연못, 정자가 어우러져 있는데 일부 구간에서는 통신 상황이 원활하지 않아 CCTV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지 않았다고 한다.

강 본부장은 "(로봇이 원활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안정화하는 단계를 거쳤다"며 "비포장도로가 많다 보니 로봇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어 보완 중"이라고 했다.

'순라봇' 도입 취지 설명하는 김철용 복원정비과장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김철용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장이 20일 서울 창덕궁에서 진행된 자율 순찰 로봇 '순라봇' 시연에서 사업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2026.2.20 ryousanta@yna.co.kr

국가유산청은 일단 다음 달 9일까지 '순라봇'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순찰 로봇 1대 가격은 약 8천만원으로, 창덕궁 전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2∼3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궁궐 환경에서 로봇 활용이 적합한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본 뒤 필요하다면 시범 운영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 과장은 "꼼꼼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점검과 분석을 거친 뒤에 (다른 궁궐 등으로) 확대 적용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덕궁 내 자율순찰 로봇 순라봇 운행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시범 운영 중인 자율 순찰 로봇 '순라봇'이 20일 서울 창덕궁 경내를 순찰하고 있다. 2026.2.20 ryousanta@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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