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망] 중동 물류 마비되나…해운·정유·항공업계 '비상'

정유업계 유가급등 따른 수급차질 우려…항공은 결항, 해운도 우회

유가·환율 급등에 '이중고'…"사태 장기화시 글로벌 경기위축 우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김보경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국내 해운·정유·항공업계가 일제히 비상회의를 열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란이 국제 원유 수급과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국내 에너지 및 물류 전반에도 큰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교부, 본부-공관 합동 상황점검회의 개최
(서울=연합뉴스) 현 중동 상황과 관련해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28일 주이란대사관, 주이스라엘대사관 및 인근국 주재 공관과 함께 본부-공관 합동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여 우리 교민의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2026.2.28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정유업계 "유가 급등 시 수급차질 우려"…대체 경로 모색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말 중동 정세가 격화하면서 이날 주요 정유사들은 사태 파악과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일제히 비상회의를 열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3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이 전체의 69.1%에 달하고,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정도로 이곳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수송 차질로 인해 원유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곳이 봉쇄되면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 안정성과 경제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유가 급등에 따른 수급 차질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이번 사태의 진전과 이란 당국의 대응 수위를 파악하는 동시에 항행 중인 유조선의 안전 여부를 최우선으로 점검하고 있다.

나아가 다양한 대체 경로를 점검하는 한편, 즉시 도입 가능한 스팟 물량 확보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로는 중동 이외 지역으로 원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려두고 있다.

다만, 업계는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도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1억 배럴 가까운 원유를 보유하고 있는 등 민관이 합쳐 약 7개월 분의 비축유를 확보한 만큼 비상 상황에 대응할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운송과 산업 전반에 걸쳐 비용 부담이 커지고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더욱 큰 리스크다.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한국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대한항공, 국내 유일 중동 노선 결항조치…유가·환율 '이중고'

항공업계는 해당 공역 폐쇄에 따라 운항편을 회항·취소하는 한편 국제 유가 상승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오후 1시 13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KE951편(B787-9)을 미얀마 공역에서 인천으로 회항시켰다. 이어 오후 9시 두바이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KE952편도 결항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각각 인천과 두바이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KE951편과 KE952편도 사전 결항 조치시켰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중동 노선인 인천∼두바이에서 주 7회(매일) 왕복 운항해 왔다.

대한항공은 향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후속 스케줄을 조정할 예정이다. 현지 상황 변동에 따라 당분간 두바이 노선 운항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운항 정보를 안내할 계획이다.

과거 대한항공이 운항하던 인천∼이스라엘 텔아비브 노선은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 무력 충돌 이후 현재까지 운휴 상태다.

이밖에도 항공업계는 유가 충격 여부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항공사 영업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유 상승분은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모두 상쇄하기 어려워 영업이익에 큰 타격을 준다.

특히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주요 원유 시설에 타격이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항공업계의 부담은 더욱 클 수 있다.

미국-이란 갈등에 따른 환율 상승 가능성도 우려 지점이다.

항공사는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해외 체류비 등 주요 고정비용을 달러로 결제해 환율 상승 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항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해운사 항로 우회 준비…운용비 급증에 시장 불확실성 우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운용하는 국내 해운업계도 빨간불이 켜졌다.

SK해운, 팬오션 등 유조선과 벌크선박에 주력하는 국내 해운사들에 호르무즈 해협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다.

이전 사례를 살펴보면 중동 위기 발생시 미국과 영국 연합군 호위 아래 콘보이(호송대) 형식으로 선박이 운용됐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직접적으로 사태에 개입해 이런 방식이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이 해역을 지나는 해외 해운업체들은 이미 회항이나 정선, 우회 방식을 택하고 있고, 팬오션과 SK해운과 같은 국내 업체들도 해운협회 등과 항로 우회와 변경 등 비상계획을 점검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항로 우회 시 운임이 오를 수 있지만, 국제유가와 보험료 등 비용 부담 역시 급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공급망 불안이 시장 전체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등 사태가 확전·장기화하지 않고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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