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떨어져가는데 직항만 뚝"…발 묶인 한인들의 각자도생

제3국 경유편 수소문…팀 꾸려 육로 탈출 행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두바이노선 결항
(영종도=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가운데 1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두바이행 항공편이 결항 되고 있다. 2026.3.1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이율립 박수현 기자 = 중동 사태 여파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각국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현지에 발이 묶인 한국인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귀국행 직항이 연일 취소되자 제3국 경유를 시도하거나, 육로로 국경을 넘는 등 위기 탈출을 위한 사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두바이에 머무는 교민과 여행객들은 인도나 대만 등 제3국을 거쳐 귀국하는 대체 항공편을 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족 여행차 두바이를 찾았던 A(21)씨는 5일 연합뉴스에 "지난달 28일 숙소에서 나와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가던 중 영공이 폐쇄돼서 급하게 공항 근처 숙소를 잡아 머무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인천 직항 비행기 편이 연일 취소됐다"라며 "매일 대체 항공편을 알아보는 과정이 힘들었고, 우선 오는 7일 대만 타이베이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 후련하면서도 현재 상황 때문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라며 "아직 두바이에 남은 교민과 여행객들이 많은데 다들 잘 돌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고령자나 지병이 있는 이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출장차 두바이에 왔다가 두 차례나 귀국편이 취소됐다는 양모(60)씨는 "내일 돌아가는 비행기가 취소된 이후 다시 유선으로 오는 9일 밤 비행기를 예약했다"고 했다.

양씨는 "항공편을 수소문해보니 에미레이트 항공사에서는 두바이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행은 열려있는데, 한국행이 없다고 하더라. 그 이유를 제대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비상약 고갈은 발등의 불이다. 양씨는 "복용하는 약을 딱 3주치만 들고 왔다"며 "나이가 있거나 연세 많으신 여행객들은 약이 떨어져 가서 걱정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정부에서 전세기를 띄우는 등 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좋을 거 같다"라며 "꼭 전세기가 아니더라도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응급약을 처방해주거나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중동 사태로 발 묶인 여객기
(영종도=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4일 인천국제공항에 에미레이트 항공 A-380 여객기가 계류하고 있다. 해당 여객기는 지난달 28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해 1일 밤 승객을 태우고 두바이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중동 사태로 인해 항공편이 결항되며 인천공항에 계류하게 됐다. 2026.3.4 kjhpress@yna.co.kr

하늘길이 막히자 비싼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인접국 오만 국경을 넘는 육로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사람들을 모아 '탈출팀'을 꾸리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UAE 탈출방'을 운영하는 이재천(26)씨는 "국제정세 소식을 전하는 유튜브를 운영하다 한 팬의 도움 요청으로 사람을 모아 이동을 돕고 있다"라며 "3월 초부터 이날까지 18차에 걸쳐 53명이 UAE에서 오만으로 이동했다"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탈출한 사람이 없다 보니 국경을 다 봉쇄하고 있거나, 버스를 탄 대규모 이동을 거부한다고 했는데 선발대가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다 헛소문이었다. 다만, 국경검문소에서 1∼2만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전쟁 상황 탓에 교통비는 크게 뛴 상태다. 이씨는 "한국 업체 기준으로 차 한 대당 195만원이 평균이고, 버스는 530만원"이라며 "탑승한 사람 수대로 비용을 나눠 내서, 버스에 19명이 탔을 때는 인당 29만원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육로 이동 희망자가 여전히 많다며 "언제 국경이 폐쇄되거나 영공이 닫힐지 불확실함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도 오만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UAE에 계속 남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고 사람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라며 현재도 여행사 소개와 정보 공유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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