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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신속하게 도입하라" 지시…산업부, 차관 직속 TF 구성
정유업계 "적극 협조…다만 유류세 인하·비축유 방출을 우선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유가 급등으로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 중인 9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897.7원으로 전날보다 2.3원 올랐다. 경유 가격은 같은 시각 1천920.1원으로 2.3원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2026.3.9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김민지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정부가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지난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된 '가격 상한제' 도입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과 관련해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어 "비상한 각오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 이어 다시 한번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부는 제도 도입을 위한 실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산업부는 문신학 차관 직속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제도를 설계해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날 캐나다·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서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와 관련해 "거의 준비를 다 마쳤다"면서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고, 시행하게 되면 바로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시행 날짜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지금 당장 시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조항은 석유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초과 수익은 정부가 환수한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법전 속에만 존재했던 이 제도를 정부가 다시 꺼내 든 배경에는 최근의 가파른 국내 유가 상승세가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서울 시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은 ℓ당 2천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949.0원, 경유 가격은 1천971.4원으로 집계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1%, 경유는 그보다 훨씬 높은 18%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기름값 상승은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유를 많이 사용하는 화물차와 물류 운송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물류비 상승과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를 통해 가격 상승 심리를 억제하고 유통 과정에서의 과도한 폭리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산업부는 최고 가격을 어느 단계에서 지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유사의 출고 단계와 주유소 등 유통 단계 모두에서 가격 통제가 가능하지만, 현장의 의견과 제도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 시행 방식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급등하는 국내 유가를 억제하고 시장의 가격 상승 심리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유통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나 과도한 가격 인상 등을 단속하는 근거가 돼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3.9 superdoo82@yna.co.kr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유가 안정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례가 드문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만약 최고가격이 국제 가격이나 생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해진다면 제도의 현실성이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적인 고유가 및 공급 차질 속에 정유사가 손실을 피하고자 국내 공급을 줄이고 수출로 물량을 돌리는 공급 왜곡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제도 취지와 달리 국내 공급가를 오히려 올리고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력까지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모두 석유가격 안정화를 위해 협조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면서도 "아직 최고가격대를 어떤 방식으로 정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확대나 비축유 방출 등 대책을 시행하기 전부터 '극약처방'을 꺼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태가 아직 초기인 만큼 세제나 공급 측면의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고, 직접적으로 가격을 제한하는 것은 향후 사태 장기화를 대비한 카드로 아껴둬야 한다는 제언이다.
현재 기름값에서 유류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적으로 과반 정도 되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나 일부 환급이 단기적으로 유가 안정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헝가리 등 해외에서 최고가격제가 시행 후 공급 부족 현상으로 사실상 실패했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예상하기 어려운데 처음부터 가격 통제에 나서는 것은 향후 정책 수단을 더 제한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민간의 적자를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줘야 할 상황이 올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동상황대응본부 회의에서 정유업계 관계자들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3.9 mon@yna.co.kr
changyong@yna.co.kr, jak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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