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경유 유럽행 여행상품 '줄취소'…유류할증료 급등까지 겹쳐

대체항공편 확보 비상…항공권 선발권 늘지만, 장거리 수요 위축 우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중동 경유 유럽행 항공 운항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여행업계가 대체 항공편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 중견 여행사는 이달 출발하는 중동 경유 유럽행 여행상품을 예약한 2천300명의 계약을 전원 취소 처리했다. 해당 경유 항공기가 운항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상품 자체를 취소하고 다른 지역을 경유하거나 직항하는 항공편으로 재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 항공편 상품으로 전환 비율이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항 항공편이 경유보다 많게는 50만원 정도 비싸 가족 단위 여행객의 경우 100만원에서 200만원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형 여행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달 출발 중동 경유 유럽행 상품을 일단 취소하고 고객들에게 대체 항공편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권유하고 있으나 여의찮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동 경유 유럽행 상품 대부분이 스페인행이나 튀르키예행인데, 튀르키예 상품은 중동 인접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으로 전환 수요가 제한적이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3월에 출발하는 중동 경유 유럽행 상품은 대체 항공편으로 전환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다"며 "다만 4월 이후 출발하는 상품은 시간이 많이 남아 상황은 괜찮다"고 말했다.

중동발 고유가에 유류할증료 급등
(영종도=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오르면서 오는 4월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전달과 비교해 급등하며 여행객들의 항공권 요금 부담이 가중되게 됐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4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올해 2월 16일∼3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총 33단계 중 18단계에 해당한다. 사진은 이날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2026.3.16 cityboy@yna.co.kr

여기에 급등하는 유류할증료도 여행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가 다음 달 발권하는 항공권에 부과하는 유류할증료를 최대 세 배 이상 인상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인천∼파리 노선 유류할증료가 왕복 기준으로 39만3천원 올랐다.

유럽행 여행상품은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600만원 이상 가격이 나가는데, 중저가 기준으로 40만원가량의 추가 비용은 상당히 부담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사 등 대부분 여행사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3월에 미리 항공권을 발권하는 '선발권'을 고객들에게 적극 안내하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출발일이 아닌 발권일을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4월이나 5월에 출발하는 여행 상품이라도 이달 항공권을 발권하면 인상 전 할증료가 적용된다.

통상적으로 패키지 상품은 출발일 하루 이틀 전 임박해서 항공권을 발권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5월에 출발하는 상품도 고객들이 동의하면 선발권을 진행하고 있다"며 "두 달이나 남았는데 항공권을 발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유류할증료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MOPS)을 기준으로 33단계로 나뉘는 부과 체계로, 4월 발권 기준은 한 달 만에 6단계에서 18단계로 12단계 급등했다. 이는 2016년 현행 체계 도입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다만, 항공권을 발권하고서 이를 취소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인천∼파리 노선의 경우 출발일이 임박해서 취소하면 수수료가 30만원 정도 나온다. 유류할증료 인상 폭(39만3천원)보다 작긴 하지만 노선별로 유류할증료 인상 폭과 취소 수수료가 달라 경우에 따라 손해를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상 전 예약' 수요를 노린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예컨대 노랑풍선은 이달 한 달간 '장거리 여행 예약은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유럽·미주 등 장거리 여행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두투어는 일본·중국 등 단거리 지역 예약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수요가 이동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동 경유 노선 차질과 유류할증료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상품 운영 부담이 커졌다"며 "상황이 장기화하면 장거리 여행 수요 감소와 지역 간 수요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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