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사, 원윳값 뛰자 韓비축기지 입고한 90만배럴 국외판매(종합)

韓정유사와 200만배럴 계약 논의 '파기'…석유공사 중재로 110만배럴 확보

산업부 "석유공사가 즉시 우선구매권 행사 안해 해외로 판매됐는지 감사"

울산 석유비축기지 내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국내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인 해외기업 소유 원유 90만배럴이 국내에 공급되지 않고 해외로 판매돼 산업통상부가 20일 감사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우선구매권을 즉시 행사하지 않아 해외기업 A사가 울산에 있는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인 국제공동비축 원유 약 90만배럴이 해외로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A사는 중동 산유국 석유회사로, 한국에 입고된 물량 중 약 90만배럴을 동남아 지역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공동비축 사업은 석유공사가 국내 비축 저장시설을 창고처럼 임대해 산유국 등 고객사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저장하고, 비상시에는 한국이 해당 물량에 대한 우선구매권을 행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석유공사는 1999년부터 국내 석유 수급 안정을 위해 이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로 도입되는 원유의 6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대부분 중동산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국내 보관된 국제공동비축 원유에 대한 우선구매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울산 기지에 보관 중인 약 90만배럴의 원유가 한국의 우선구매권 행사에 앞서 해외로 판매된 것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한 위법성 여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석유공사는 이미 A사와 국내 S 정유사가 3월 초 2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국내에 들여오는 구매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이 계약이 문제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우선구매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차피 S 정유사를 통해 국내로 도입되는 물량에 대해 석유공사가 나서서 우선구매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필요했다는 취지다.

A사는 지난 5∼8일 울산 석유 비축기지에 원유 200만배럴을 입고했다. 그러나 A사는 원유가 중동에서 한국으로 오는 사이 중동 전쟁이 격화하며 유가가 급등하자 S 정유사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다른 국가로 200만배럴 물량을 모두 넘기는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이 같은 이상 동향을 파악해 산업부에 보고하고, A사에 항의한 뒤 즉각 우선구매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혀 협상을 통해 110만배럴에 대한 국내 공급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나머지 90만배럴의 해외 판매는 막지 못했다.

산업부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국내로 입고된 원유 가운데 90만배럴이 해외로 다시 반출된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고 이번 구매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석유공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90만배럴에 대한 물량 확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감사 결과 규정 위반 등이 밝혀질 경우 엄중히 문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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