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부터 철강·전기차·조선까지…위기에 뭉친 한국·인도

정상회담 계기 에너지 안보 공동성명…중동 전쟁 속 나프타 확보

포스코, 10조 투자해 제철소 건설…현대차·HD현대 등 투자 가속

김정관 산업부 장관,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 면담
(서울=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회의실에서 하르딥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과 면담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국 장관은 이날 나프타를 비롯한 에너지·자원 및 에너지 수송 관련 조선·해양 분야의 후속 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2026.4.20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신창용 임기창 홍규빈 기자 = 한국과 인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석유화학 원료의 안정적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등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대응 협력을 강화했다.

포스코는 인도 현지에 10조원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확정하는 등 한국 재계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인도 투자를 속속 발표하며 신시장인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적극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20일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프타 등 핵심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 산업협력위원회 신설,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 가속화, 철강 협력, 기후변화 감축 등 총 5건의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 신설
(뉴델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임석한 가운데 산업협력위원회 신설 양해각서(MOU) 교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4.20 superdoo82@yna.co.kr

◇ 에너지·산업 협력 고도화…2030년 교역액 500억달러 목표

양국은 우선 '한·인도 에너지 자원 안보 협력 공동성명' 부속서를 채택했다.

이번 공동성명은 중동 전쟁 이후 한국 정부가 상대국 정부와 체결한 첫 번째 양자 간 자원 분야 협력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도는 한국의 5위 나프타 수입국이자 윤활기유 수출 1위국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국은 석유 제품을 비롯한 자원 밸류체인 전반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하르딥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인도산 나프타를 원활하게 확보하고 중장기 공급 협력 체계가 공고히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인도의 연간 나프타 생산량은 1천800만t이며, 한국은 지난해 인도에서 전체 생산량의 10%가 넘는 221만4천t을 수입한 바 있다.

한-인도, CEPA 개선협상 재개 공동선언
(뉴델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임석한 가운데 CEPA 개선협상 재개 공동선언 문건 교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4.20 superdoo82@yna.co.kr

통상 분야에서는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한·인도 CEPA 개선 협상 가속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지난해 7월 11차 회의 이후 멈춰있던 개선 협상을 다음 달 12차 회의를 기점으로 재개하고 후속 협상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기존의 상품·서비스 분야를 넘어 디지털 무역, 공급망 협력 등 신통상 규범 분과를 추가해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500억달러 달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장관급 정례 협의체인 '한·인도 산업협력위'를 신설해 인허가 지연이나 주정부 인센티브 미지급 등 현지 진출 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조선, 원전 등 양국 기업의 협력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할 계획이다.

포스코, 인도 1위 철강사 JSW스틸과 합작투자계약(JVA) 체결
사진 오른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희근 포스코 사장, 자얀트 아차리야 JSW스틸 사장,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 [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포스코, 인도 제철소 짓는다…현대차·HD현대 등도 잇단 투자

민간 부문에서는 포스코가 인도 최대 철강사인 JSW스틸과 손잡고 대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선다.

포스코는 인도 오디샤주에 총 10조7천301억 원을 투입해 연간 조강 생산능력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양사가 지분을 50%씩 보유하는 파트너십 구조로, 포스코는 이 중 약 5조3천650억원을 출자한다.

일관제철소는 제선(쇳물 생산), 제강(불순물 제거), 압연(철강재 생산) 등 철강 생산의 전 공정을 한 곳에 갖춘 제철소를 뜻한다. 양사는 착공 후 48개월의 공사를 거쳐 2031년 준공이 목표다.

포스코는 이번 투자를 통해 계속 확대되는 인도 철강 수요를 선점하고, 자동차·가전용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인도 시장 맞춤형 마이크로모빌리티 공급 위한 전략적 협업
(서울=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인도 델리의 바랏 만다팜 컨벤션 센터에서 인도의 3륜 차량 생산업체인 TVS 모터 컴퍼니와 '3륜 EV의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한 후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중선 현대차 경영전략담당 전무 샤라드 모한 미쉬라 TVS 전략 담당 사장. 2026.4.21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다른 주요 산업군의 협력도 발표됐다.

현대차는 인도의 삼륜차 생산업체 TVS와 협력해 인도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삼륜 전기차(E3W) 등 마이크로모빌리티 개발에 착수한다.

주요 부품을 인도 현지에서 조달·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현지 자동차 부품 산업 생태계와 고용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가 인도 NSHIP TN, 사가르말라 금융공사(SMFCL)와 협력해 인도 신규 합작조선소 설립에 박차를 가한다.

인도 정부는 합작조선소 가동에 앞서 자국 내 선박 건조 물량 일부를 HD현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기로 약속하는 등 파격적인 협력 조건을 제시했다.

다른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인도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GS건설은 인도 재생에너지 기업인 아리 에너지, 수즐론 에너지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리 에너지와는 인도 내 노후 풍력 발전소를 최신 터빈으로 교체하는 리파워링 사업을 공동 추진하며, 수즐론 에너지와는 태양광·풍력·에너지 저장장치를 결합한 통합 재생에너지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

한-인도 비즈니스포럼 참석한 기업인들
(뉴델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인도 국빈 방문을 계기로 20일(현지시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포럼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이 참석해 있다. 2026.4.20 superdoo82@yna.co.kr

◇ 재계, 신흥시장 공략 매진…4대 그룹 총수 베트남 총출동

인도에서 시작된 재계의 신시장 개척 행보는 곧바로 동남아시아 최대 교역국인 베트남으로 이어진다.

이번 베트남 경제사절단에는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베트남과 인연을 이어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인도에 이어 베트남까지 동행한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은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4대 그룹도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두고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에 대규모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고, 최근에는 삼성혁신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순방 기간 대규모 추가 투자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그룹도 발전소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을 통해 현지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는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7%에 달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의 선도국으로, 14억 인구의 거대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고 현지 공략을 강화 중으로, LG전자는 지난해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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