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전자 노조 가처분 대부분 인용 배경은?

"반도체 연속순환공정 특성상 평시와 동일 인력·가동규모 유지해야"

"쟁의 중이라도 사업자 조업·안전보호시설 유지 침해돼선 안 돼"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xanadu@yna.co.kr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법원이 18일 삼성전자의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한 배경에는 '연속 순환 공정'이라는 반도체 제조업의 특수성과 노동조합법상 '정상적 유지·운영'에 대한 엄격한 법리 해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정당한 쟁의행위라도 안전 보호시설과 보안 작업이 실질적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이날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에 명시된 '정상적'이라는 용어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했다.

노동조합법 38조 2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 행위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안전 보호시설의 유지·운영과 보안 작업의 정상적 수행을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 시간, 가동 규모, 주의 의무가 투입되는 상태'로 규정했다.

이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공장의 안전과 제품 손상 방지를 위한 필수 인력은 평소와 다름없이 배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보안 작업으로 주장한 항목들을 폭넓게 인정했다.

방재시설, 배기·배수 시설 등은 물론이고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과 '작업 시설 손상 방지 작업'이 모두 노동조합법상 보안 작업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보안 작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시설 손상 및 제품 변질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해야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미세한 공정 중단이나 환경 변화가 대규모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재판부는 이러한 보안 작업이 평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수행되지 않을 경우, 사후적인 금전 배상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수원지법, 수원고법
[촬영 이영주]

채무자(노조) 측은 "생산이 중단된 대기 상태 등에서는 설비 관련 업무가 불필요하고, 나머지 작업은 모두 적극적 생산 활동을 전제로 한 업무에 해당해 보안 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권자에게 대기 상태의 유지나 신규 웨이퍼 투입 중단을 요구함은 사용자의 조업 계속의 자유를 전면 침해하는 것이며, 채무자들의 주장은 '파업할 테니 일을 덜 시켜라. 그러면 문제가 안 생긴다'는 취지인데 이는 사용자의 조업 계속의 자유나 사업수행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용자에게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을 본질로 하는 쟁의행위 중이라도 사용자의 조업계속의 자유나 기업시설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라고도 밝혔다.

이날 법원은 방재시설, 배기, 배수시설, 화학물질 공급시설, 전력공급 시설 등도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안전 보호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총파업 D-3 마지막 대화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예고 시점을 사흘 앞둔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중재로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날 2차 사후조정이 열린 중노위 조정회의장으로 각각 들어가는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왼쪽부터),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 2026.5.18 utzza@yna.co.kr

재판부는 방재 및 전력 공급 시설 등을 인명·환경 보호를 위한 '안전 보호시설'로 규정하며 단체행동권의 경계를 명확히 했다.

노동조합법상 안전시설 유지 의무의 목적이 생명권 보호에 있는 만큼, 헌법상 권리라도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로 행사될 수는 없다는 '내재적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안전 보호 시설이 평상시(평일 및 주말·휴일 포함)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과 가동 규모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파업 중이라도 안전 관련 업무는 100% 정상 가동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노조가 법원 결정을 위반할 경우 위반 행위 1일당 초기업 노조에 최대 3억원을 회사 측에 지급하도록 경제적 제재를 부과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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