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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伊 연구팀 "사슴이, 숙주 찾은 뒤 날개 떼고 시각 유전자 활성 절반 감소"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피를 빨면서 평생 기생할 숙주를 찾아 숲속을 날아다니는 작은 흡혈 곤충이 사슴 몸에 안착한 뒤에는 날개를 떼어내 비행 능력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고 시각 민감도까지 크게 낮추는 현상이 확인됐다.
[iNaturalist user François-Xavier Taxil, CC BY-NC 4.0. 제공]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와 이탈리아 피렌체대 연구팀은 1일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서 사슴기생파리의 일종인 사슴이(Lipoptena andaluciensis)가 숙주를 찾은 뒤 비행 능력을 포기하고 시각 관련 유전자 활동을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애버리스트위스대 로저 산터 박사는 "사슴이는 날개를 떼어내고 체외기생충이 되면 시각 유전자 활동이 절반으로 준다"며 "이는 생활방식이 변한 사슴이가 에너지를 비행이나 시각 기관 대신 소화나 번식 등을 투입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사슴이는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 널리 분포하는 흡혈성 곤충으로, 성충이 된 뒤에는 비행하며 사슴 같은 대형 포유류를 찾아다니지만, 숙주 몸에 올라탄 뒤에는 날개를 떼어내고 털 사이를 기며 피를 빠는 체외 기생충으로 평생을 보낸다.
연구팀은 감각 체계는 동물의 행동에 필수적이지만 에너지 소모가 크다며 중요한 외부 자극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은 생존에 중요해 자연선택에서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불필요하게 과도한 감각 기능에는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성충 단계에서 비행 능력과 시각을 활용해 숙주를 찾다가 숙주 동물에 안착한 뒤 체외 기생충이 되는 극적인 생활방식 변화가 감각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날개 달린 성충 사슴이와 사슴 몸에서 채집한 날개 없는 성충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날개 달린 성충 사슴이는 시각을 이용해 포유류 숙주를 찾아다니는 대표적 흡혈 곤충인 아프리카 체체파리와 비슷한 시각 체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슴이는 시각 민감성을 결정하는 다양한 옵신(opsin)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색깔과 움직임을 감지하는 겹눈의 옵신(Rh1·Rh3·Rh5·Rh6)과 비행 자세 제어에 관여하는 홑눈의 옵신(Rh2) 등 모두 5종의 시각 옵신이 확인됐다.
그러나 사슴 몸에 정착해 날개를 잃은 뒤에는 시각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옵신 유전자들의 발현 수준이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유전자 활성이 날 수 있을 때의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사슴이가 시각 기능을 모두 잃는 것은 아니지만 빛을 감지하는 민감도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사슴이가 숙주를 찾은 이후에는 시각보다 다른 기능에 에너지를 우선 배분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흥미로운 점은 시각 기능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는다는 것이라며 사슴 몸 위에서도 제한적인 시각 기능이 필요할 수 있고, 숙주에서 떨어졌을 때 걸어서 새로운 숙주를 찾는 데도 시각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터 박사는 "사슴이가 보여주는 독특한 생활사가 흡혈 곤충의 감각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이 연구는 동물이 평생 같은 감각 능력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생활환경과 생태적 필요에 따라 감각기관에 투자하는 에너지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Roger Santer et al., 'Visual adaptation of a biting fly that permanently foregoes flight', http://dx.doi.org/10.1242/jeb.251571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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