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서 동맹으로'…전통시장·대기업, 오프라인 동반 생존 모색

관광객 모으는 시장에 올리브영·다이소·CJ대한통운 진출

'골목상권 침해'는 옛말…'온라인 독식' 위기감에 공생 모델 확산

스타벅스 '광장마켓점'에서 보는 시장 풍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대기업 대 전통시장'으로 상징됐던 기존 갈등 구도에 변화 조짐이 불고 있다.

대기업은 브랜드와 물류 서비스를, 전통시장은 관광객과 유동 인구를 제공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공생 모델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폐극장을 활용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시장 활성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데 이어, CJ대한통운의 장보기 배송 서비스와 올리브영·다이소의 시장 상권 진출까지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은 새로운 유통 실험의 무대로 변하고 있다.

◇ '상권 침해' 경계 대상에서 '젊은 피 수혈' 집객 시설로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때 대기업과 전통시장은 대표적인 경쟁 관계로 인식됐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진출 논란이 반복됐고, 의무휴업 제도 역시 전통시장 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 확산과 소비 패턴 변화로 오프라인 상권 전반이 위축되면서 양측의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통시장은 고령화와 고객 감소라는 과제를 안고 있고,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중심 소비 확산 속에서 새로운 오프라인 접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로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접점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 사례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들어선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다. 스타벅스는 1960년대 문을 연 옛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해 매장을 조성했고, 개점 이후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시장 전체의 유동 인구 증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시장 골목을 둘러보고,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과거에는 상권 침해 우려로 경계의 대상이었던 대기업 브랜드 매장이 최근에는 시장 방문객을 늘리는 집객 시설로 평가받고 있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기업 매장이 시장 고객을 빼앗아 간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는 집객 시설 역할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K-푸드 체험하는 외국인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5일 서울 경동시장에서 쿠킹 클래스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식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로컬 미식 쿠킹 클래스 '서울 테이블'은 외국인들이 전통시장에서 직접 식재료를 구매한 뒤 스타 셰프와 함께 요리를 만드는 체험형 콘텐츠로 마련됐다. 2025.9.15 cityboy@yna.co.kr

◇ 관광객 모으고 배송도 한다…변신하는 전통시장

전통시장이 관광 콘텐츠로 주목받으면서 대기업 브랜드의 시장 진출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광장시장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은 광장시장 인근에는 올리브영이 영업 중이며 다이소도 입점을 검토 중이다.

다이소의 경우 시장상인회에서 먼저 입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대형 유통업체의 진입을 반대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전통시장이 단순 장보기 공간에서 관광 콘텐츠로 진화한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광장시장과 경동시장 등은 이제 대기업 입장에서도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권으로 평가받는다.

올리브영 광장마켓점
[올리브영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물류기업들도 전통시장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CJ대한통운은 최근 대전 태평시장에 '장보기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시장에서 구매한 상품을 배송 접수처에 맡기면 집까지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대한통운은 전국상인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통시장에서의 협업 모델을 모색해왔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이고 전통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전통시장 입장에서도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배송과 고객 서비스 등 현대적인 유통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한 상생 사업을 넘어 양측 모두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 공생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전통시장은 관광객과 젊은 고객을 확보하고, 기업은 차별화된 공간과 신규 고객 접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 브랜드가 유입한 방문객이 실제 시장 상인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집객 효과를 넘어 시장 점포와의 상품·서비스 연계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상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지역 기반의 생활·관광 플랫폼으로 육성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협력의 사례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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