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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철소 벨트 컨베이어, 로봇이 스스로 고장 진단하고 롤러 교체까지
고숙련자보다 균일한 용접 품질…러그 생산량, 수작업 대비 87.5%↑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울산=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지난 11일 경북 포항의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안전로봇실증센터.
제철소 내 벨트 컨베이어를 재현한 작업장에서 모바일 자율로봇이 고장 난 롤러를 스스로 찾아내 교체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사람의 인명을 위협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원료 저장고인 사일로에서 철광석을 고로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벨트 컨베이어는 포항·광양 제철소에만 길이가 700㎞에 달한다.
고속 회전하는 하단의 롤러가 고장 나면 마찰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협소한 공간에서 교체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가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동안은 롤러 점검과 교체가 사람의 몫이었다. 수십년간 현장을 지켜온 숙련공들이 개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서 고장 부위를 찾아내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숙련공의 암묵지(경험과 학습으로 몸에 쌓인 지식)에 의존하던 전통 제조업 현장 곳곳에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이 스며들며 풍경이 바뀌고 있다.
피지컬 AI는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단계를 넘어 로봇 등 실제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해 스스로 판단해 장비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공개된 로봇은 산업통상부의 'M.AX(제조업의 AI 전환)-AI 팩토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포스코,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총 10개 산·학·연 기관이 뭉친 연구팀은 기술 개발 1단계를 마치고 이곳에서 실증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개발비 약 175억원이 투입된 국책 과제다.
연구팀은 베테랑 숙련공의 암묵지를 로봇에 이식하기 위해 포항·광양 제철소 현장에서 수집한 1만9천여건의 음향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이날 시연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자 모바일 자율로봇이 출동해 고장 난 롤러를 스스로 교체했다.
작업자 8명이 매달려야 했던 고난도 작업을 로봇 1대가 대신한 것이다.
아직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지만, 연구진은 현장에 적용될 경우 작업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줄어들고 설비 안정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용준 포스코 연구위원은 "시멘트 공장, 화력 발전소까지 포함하면 포항에서만 1년에 거의 1만개의 롤러가 교체된다"며 "다른 산업에도 이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지컬 AI는 예지보전과 정비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시간 위험 감시 영역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포항 제철소 2고로에서는 고온가스와 폭발 위험 때문에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풍구에 사족보행 로봇을 투입했다.
고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통로인 풍구는 내부 온도가 균일하게 유지되지 못할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실시간 온도 체크가 필수다.
이 로봇은 최대 영상 55도의 열기를 견디며 정밀하게 온도를 측정하고 스스로 충전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공동취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피지컬 AI'의 흐름은 울산의 HD현대중공업 현장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지난 12일 찾은 이곳에선 숙련 용접공 대신 협동로봇이 푸른 불꽃을 튀기며 일사불란하게 작업하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이 2023년 11월 도입한 협동로봇은 도면 연동이 안 돼 작업자가 조건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사람이 계속 개입해야 해 작업자 1인당 로봇 2대를 다룰 수 있었지만 국책과제를 통해 개발된 '레일형 협동로봇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이제는 시스템이 설계 도면 정보와 연동돼 로봇이 용접 조건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레일을 따라 스스로 이동해 작업을 수행한다. 이제는 단 1명의 작업자가 최대 6대의 로봇을 동시에 가동한다.
윤대규 HD현대중공업 상무는 "고숙련자가 하는 것보다 품질이 균일하게 잘 나오고 그라인딩으로 갈아내는 사상 작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용접 상태가 깨끗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한편에 구축된 '러그 자율제조 시스템' 역시 계열사인 HD현대로보틱스의 로봇을 기반으로 전 공정 무인화에 성공해 현장에서 활용 중이다.
선박 블록 인양에 쓰이는 핵심 부재인 러그는 조선소에서 대량 생산이 거의 유일하게 가능한 정형 부품이다.
과거 6명이 하루 100개를 간신히 만들던 노동집약적 공정이었으나, 산업부 지원을 통한 6개월간의 실증을 거쳐 전 공정을 로봇이 전담하게 됐다. 현장 관리자는 '디지털 트윈' 화면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로봇이 지치지 않고 연속 생산을 해내면서 러그 생산량은 기존 수작업 대비 87.5%나 향상됐다.
윤 상무는 "조선업은 배마다 형태가 다르고 부재도 제각각이어서 자동차, 반도체, 전자산업과는 달리 자동화가 쉽지 않았다"며 "지금은 정형 부재만 자율 제조로 만들고 있지만, 비정형 부재로까지 기술을 확대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촬영 신창용. 재판매 및 DB 금지]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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