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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경북 영덕에 대형원전·부산 기장에 SMR…과거 원전 추진됐던 곳에 '재추진'
동남권 원전 밀집…'수도권 위한 비수도권 희생' 구조 고착 지적도
지난 4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2026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새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이 선정됐다.
출범 초기 신규 원전 건설에 신중한 태도였던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때문에 필요한 전력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원전 업계와 학계에선 원전을 수십 기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가운데 당장 급증할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10여년에 걸쳐 원전을 짓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수도권 바깥에 발전소를 짓고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는 구조를 한층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원전 지을 데 없다'던 입장서 돌아서 신규 원전 후보지 선정
지난 4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2026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규 원전 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7일 회의에서 현행 중장기 전력 수급 계획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지을 후보지로 영덕군을 선정했다.
원전은 경제성을 위해 보통 2기를 함께 짓는다.
작년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2037년과 2038년 도입을 목표로 1.4GW(기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계획이 반영됐다. 0.7GW급 소형모듈원자로(SMR)를 2035∼2036년 도입을 목표로 건설하는 계획도 담겼다.
11차 전기본 원전 건설 계획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권이 바뀌면서 부침을 겪었다.
새 정부가 원전 건설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지을 데가 없다"면서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원전은 지어서 가동하는데 최소 15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후 정부는 '공론화'라는 명목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할지 논의하는 두 차례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이 여론조사에서 계획대로 원전을 짓자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 1월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확정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따랐다기보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현실적인 방안이 '원전 확충'뿐이라고 판단하고 토론회와 여론조사로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과거 원전 추진했던 곳에 '재추진'…'속도전' 나서나
김광열 경북 영덕군수가 지난 2월 24일 군청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신청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규 대형 원전 후보지로 영덕군이 선택된 배경에는 과거 원전을 짓기로 했던 곳이어서 '속도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이 더는 원전을 지을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딱 한 곳 있다. 지으려다가 그만 둔 곳"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영덕군을 지칭한 것이었다.
영덕군 후보지는 이명박 정부 때 천지원전 1호기와 2호기(각각 1.5GW)를 건설할 예정지로 고시되고 이에 따라 한수원이 부지 19% 정도를 사들이기까지 한 지역이다. 당시 원전 건설을 위한 지질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천지원전 건설 계획은 문재인 정부 때 백지화됐다.
영덕군 후보지는 이미 한번 원전 건설 후보지였던 만큼 정부 의지로 건설 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전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여지가 크다.
11차 전기본은 대형 원전 건설 기간을 13년 11개월로 상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부지를 공모한 뒤 평가해 선정하는 기간을 포함한 것으로 실제 원전을 건설하는 기간은 7∼8년 안팎이다. 기술적으로는 5년 안팎이면 건설 가능하다.
주민 반대에 원전 건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영덕군이 후보지가 된 이유로 꼽힌다.
영덕군 내에는 지난해 대형 산불로 바닥까지 떨어진 지역 경기를 원전 유치로 되살려보자는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영덕군이 2개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군민 1천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6%가 원전을 유치하는 데 찬성했다. 유치에 찬성한 이유로 '인구 유입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른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청년층 등 지역 일자리 창출'과 '특별지원금·지방재정 확충 등 재정적 이익'이 뒤를 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의 경우 8년의 기간 동안 누적으로 약 720만명의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부터 운영까지 60년 기준 지역에 주어지는 법정지원금은 2조1천54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효과다.
영덕군이 제시한 부지의 경우 이번 원전 건설에 필요한 면적(104만㎡)의 3배 정도여서 추후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기 쉽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SMR 후보지로 기장군이 선정된 이유도 빠른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장군 후보지는 고리원자력본부 내 과거 신고리 7·9호기 부지로 검토된 곳으로 '전원개발예정부지'로 행정절차를 마친 곳이다. 이미 원전이 운영 중인 곳으로 송전망 등 기반 설비가 갖춰진 곳이기도 하다.
◇ '원전 르네상스' 도래…업계·학계선 "수십 기 더 지어야"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각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에 필요한 전기를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생산할 방법으로 원전을 택하면서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원자력기구(IAEA),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F) 등의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현재(2023년) 372∼416GW인 세계 원전 설비용량은 2030년 평균 486GW, 2040년 평균 706GW, 2050년 평균 813GW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르네상스 도래는 국제정세가 '각자도생'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면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방법'은 지금으로선 원전뿐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아직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치는 문제가 극복되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는 급증할 전력 수요에 맞춰 원전 수십기를 더 짓자는 주장이 관련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제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지난 4월 2040년 연중 최대 전력 수요가 최고 138.2GW(수요 관리책을 반영한 목표수요 기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2038년 최대 전력 수요 전망치는 129.3GW로 이를 고려하면 2040년께 필요한 전력이 약 8.9GW 늘어난 것이다. 이를 원전으로 충족한다면 2∼6기가 더 필요하다.
전망치가 늘어난 것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기차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반영돼서다.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전기학회,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는 최근 '12차 전기본 정책 제언'에서 탄소중립 목표 연도인 2050년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35%로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대형 원전 20기와 SMR 12기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전 비중을 50%로 높인다면 대형 원전 34기와 SMR 20기가 추가로 있어야 한다고 했다.
◇ 재생에너지와 공존 '물음표'…'동남권 원전 밀집'도 문제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345kV(킬로볼트)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반대하는 충청권 주민들이 7일 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2026.4.7 youngs@yna.co.kr
문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할 수 있는지 아직 의문이라는 점이다.
송전망이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늘면서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의 출력제어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원전 출력제어 횟수는 37회로 재작년(3회)보다 크게 늘었다. 태양광 발전 출력제어 횟수는 88회로 재작년에 견줘 57회 증가했다.
지금처럼 송전망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하면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계속 '제로썸'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원전 신설이 재생에너지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전력 수요 전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국가 전력수요 예측시스템 진단과 고도화 방향 제언' 보고서에서 "1∼4차 전기본은 전력 수요를 과소 추정했고 5∼10차는 과대 추정했다"면서 "최근일수록 전기본 예측 체계가 구조 변화와 수요 둔화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해 IEA는 3개 시나리오별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짚으며 "고효율 시나리오의 경우 2035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기본 시나리오보다 20% 적다"고 설명했다.
전기 사용 효율이 높아지는 것도 전망 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 수요는 단기간에 급증할 텐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원전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있다. 이 문제는 앞서 이 대통령도 지적한 바 있다.
동남권에 원전이 밀집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은 원전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이며, 특히 영남 동해안은 대도시를 배후에 둔 채 세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원전 시설이 몰려있다. 원전이 몰려있으면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복합재난'으로 번지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국내 원전 운영 현황.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맞물려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위험과 송전망 건설 등에 따른 생활환경파괴를 우리가 감내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발'이 지역에서 터져 나올 수 있다.
영덕군 등에서 원전 유치에 찬성하는 여론이 크기는 했지만, 원전 유치 외에 지역경제를 살릴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지 진짜 원전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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