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개방 '디테일' 안갯속…한국 선박 24척 당장은 못 나와

60일 내 통행료 없는 통항 허용 외 불확실…정부도 구체적 내용 확인 중

호르무즈 탈출한 첫 한국 유조선, 울산 도착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해 해상원유하역시설인 부이로 접근하고 있다. 2026.6.10 yongtae@yna.co.kr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 전문이 공개됐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아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0여척이 무사히 빠져나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8일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MOU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관한 것은 5조에 규정돼 있다.

MOU 서명과 동시에 60일 동안 선박들이 통행료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도록 이란이 조처한다는 내용이다. 이란의 기뢰 제거 등을 위한 30일의 기간도 설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8일부터 4개월 가까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4척이 해협을 빠져나올 길이 열리게 됐다. 이 중에는 지난달 4일 이란의 공격을 받아 두바이항으로 예인돼 수리에 들어간 HMM 화물선 나무호도 포함돼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인 선원은 외국 선박에 승선 중인 34명을 포함해 모두 138명이다. 전쟁 기간 해협에서 버텨온 이들의 피로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의 '디테일'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들이 해협을 빠져나오는 데는 이란이 설치해놓은 기뢰가 가장 큰 장애물로 거론되지만, 이란이 기뢰를 제거하는 동안 선박 통항이 가능한지 등이 불투명하다.

호르무즈 해협에 닻을 내리고 멈춰 있는 선박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이 30일 안으로 안전한 통항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기뢰를 충분히 제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내 기뢰를 제거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문가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안전 조치가 완료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들이 통항할 경우 어느 항로를 이용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번 전쟁 기간 위치 발신기를 끄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일부 선박에 대해 미국은 오만 연안 쪽 항로를 이용하도록 권고했지만, 이란은 일부 선박의 해협 통항을 허용하면서 자국 연안 쪽 항로를 이용하도록 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전 세계 선박이 모두 몇 척인지는 정확한 수치가 없고 집계 기준에 따라 달라지지만, 적게는 500여척에서 많게는 1천여척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이들이 해협에서 빠져나오려고 한꺼번에 이동할 경우 일종의 병목 현상으로 혼란을 빚을 가능성도 우려한다. 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은 하루 130척 안팎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의 구체적 내용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 간 후속 논의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들이 해협 밖으로 나오기 위한 항해에 나설 경우 이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제각기 목적지로 무사히 항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게 된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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