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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정부, 의원면직 대신 징계성 해임 검토…최소 9월까지 수장 공백 전망
[한국국제협력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 '아주미흡(E)'을 받아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된 장원삼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이사장이 결국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월 9일 임기 만료를 불과 2주 앞두고 불명예 퇴진 수순을 밟게 되면서, 대한민국 무상원조 전담 기관인 코이카는 창립 35주년인 올해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았다.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장 이사장은 전날 마지막으로 출근해 주무 부처인 외교부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날부터 잔여 연차 소진을 위한 휴가에 들어갔다.
당초 장 이사장은 임기 종료에 맞춰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외교부에 밝혔으나, 차기 이사장 윤곽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한 차례 반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에서 모두 최하위라는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더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장 이사장은 사퇴 전 내부 구성원들에게 "개인적으로는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우나,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해임 건의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부족한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기관장인 제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이번 결과로 위축되지 말고, 대한민국 개발협력을 이끌어 온 코이카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계속 간직해 달라"며 "시련을 넘어 도약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각자 자리를 지켜달라"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따라 코이카는 이날부터 직제 규정상 김동호 경영전략본부 상임이사가 직무대행을 맡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관건은 정부가 장 이사장의 사직서를 수리해 의원면직으로 처리할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징계성 해임 처분을 강행할지 여부다.
정부가 이미 공식적으로 해임 건의를 한 만큼, 의원면직을 통한 퇴진보다는 기강 확립 차원에서의 해임 통보라는 중징계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국제개발협력계 안팎에서 나온다.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코이카의 앞날은 험난하다. 현재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구성된 지 한 달 넘게 첫 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고, 공모 절차 역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기관장 해임이 확정되면 코이카는 새 이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통상 모집 공고, 서류·면접 심사, 외교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까지 3∼4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9∼10월에야 차기 이사장이 취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이카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주요 기관장들을 솎아내기 위해 경영평가가 객관성을 상실하고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 정부 임명 기관장이 코이카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 경영진의 무능과 안일한 대응이 부른 참사"라며 "이사장이 진작에 사표를 내고 조직을 쇄신했어야 했다"는 비판론도 거세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장원삼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5.12.19 superdoo82@yna.co.kr
특히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코이카의 우수 성과를 극찬했음에도, 재정경제부가 주도한 경영평가에서는 무상원조 전문성이 없는 평가위원들에 의해 주요 사업 부문이 '미흡(D)' 등급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이카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칭찬한 사업을 재경부가 실패한 사업으로 규정하는 모순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무진의 성과 관리 부족 차원이 아니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평가 기준의 한계라는 것이다.
고도의 외교적 정무 판단, 협력국(수원국) 현지의 열악한 인프라, 장기적인 국가 간 신뢰 구축 등 계량화하기 힘든 ODA의 특수성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단순히 '예산 대비 성과'나 행정적 지표만으로 코이카의 주요 사업을 재단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이카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대형 국책사업에 실패하고 부채비율이 높은 공기업이나 인건비 문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준정부기관보다 낮은 최하위 등급이 객관적이고 합당한 평가인지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노조와 내부 구성원들은 과거 코이카가 기타공공기관에서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될 당시 외교부와 코이카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근거로 강력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2016년 기획재정부(현 재경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코이카를 준정부기관으로 편입하며, 코이카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외교부 추천을 받은 평가위원을 코이카 경영평가에 포함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 의결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평가에서는 개발협력 전문가가 철저히 배제된 채 일반 공기업과 동일한 잣대가 적용됐다는 것이 내부 시각이다.
이에 코이카 노조는 "평가 과정에 문제점이 없는지 검토해 평가에 불리한 요소 개선을 관계 당국에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개발협력계 안팎에서는 장 이사장의 불명예 퇴진 수순과 맞물려 코이카가 당분간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평가 최하위'라는 오명 속에 수장 공백 사태까지 겹친 코이카는 당장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또 비상 경영체제 아래에서 강도 높은 조직 쇄신을 하고, 무상원조 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인 평가 제도 개선까지 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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