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47㎏ 환자에게 "살 빼라" 그만…14년만에 이름 바뀐 이 질환

다낭성난소증후군, 'PMOS'로 변경…환자들 "질환 본질 드러나길"

"단순 물혹 아닌 전신 대사·호르몬 질환…완치 아닌 '평생 관리' 개념"

다낭성 난소 증후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기자 = 호르몬 불균형으로 난소에 작은 낭종(물혹)이 생기는 질환으로 알려진 '다낭성난소증후군'.

이 질환의 영문명 'PCOS'(Polycystic ovary syndrome)가 최근 'PMOS'(Polyendocrine Metabolic Ovarian Syndrome)로 변경되자 환자들이 환영을 표하고 있다.

새 명칭에 '대사'(Metabolic)와 '내분비'(Endocrine)라는 표현이 포함돼 단순 난소 질환이 아니라 호르몬·대사 질환이라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용어 변경을 계기로 진단 기준과 의료 현장의 판단에도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했다.

◇ 14년만에 바뀐 명칭…"단순 난소 문제 아닌 호르몬·대사 질환"

25일 국제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번 명칭 변경은 약 14년에 걸쳐 약 1만4천명 이상의 환자와 임상의 답변을 수집하고 56개 국제 전문학회 및 환자단체의 지지를 끌어낸 데 따른 결과물이다.

PMOS는 호르몬 불균형과 남성호르몬(안드로겐) 과다 분비에 따른 질환으로, 생리불순과 난임뿐 아니라 체중 변화와 혈당 조절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나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임기 여성의 6~15%가 겪는다는 이 질환의 명칭 변경은 기존 이름이 질환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세계 각국 의료진과 연구자, 환자 단체의 논의를 거쳐 추진됐다. 한국어 공식 명칭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직역하면 '다내분비 대사 난소 증후군'이다.

호주 모나쉬대 여성 생식 건강 연구 우수센터(CRE WHiRL) 주도로 구성된 국제 연구진은 기존 명칭 속 '다낭성'(Polycystic)이란 표현이 질환을 단순히 난소에 생기는 물혹 문제로 오해하게 해 진단을 지연시키거나 대사·호르몬 등 전신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PMOS 환자들은 진단 과정에서 이 질환이 호르몬·대사 이상과 관련된 질환이라는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올해 초 PMOS를 진단받은 최모(16) 씨는 키 161㎝, 몸무게 47㎏으로 저체중에 가까운 체격이었지만 진료 과정에서 체중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받았다며 "체중과 증후군이 왜 관련이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8년 전 진단 받은 임모 씨(20대)는 "다낭성 경향이 있다"는 모호한 말과 함께 경구피임약을 처방받았다. 임씨는 약 복용 이후에도 생리 불순 증상이 반복되자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며 몸을 관리했다.

그는 "왜 환자인 내가 직접 원인을 찾아야 하는지 억울했다"고 말했다.

난소
[서울아산병원 제공]

PMOS 환자들은 새 명칭이 단순한 이름 변경에 그치지 않고 의료진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끌어내길 기대했다.

임씨는 "기존 명칭은 질환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새 명칭을 계기로 질환이 단순 생식 장애 질환이 아닌 대사·호르몬 장애 질환으로 이해되고 관련 연구와 치료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명칭 변경보다 '환자 맞춤형 진단·치료'가 우선"

전문가들도 기존 명칭이 질환의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으며 적절한 처방도 이뤄지지 못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희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체중 PMOS 환자에게 체중 감량이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 체중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체중 감량을 권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마른 체형이더라도 PMOS 환자 약 75%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칭 변경과 함께 환자 맞춤형 진단·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피임약 처방은 남성호르몬 과다와 월경 불규칙 증상을 일시적으로 잡아주는 대증 치료(증상 완화 치료)"라며 "PMOS는 완치보다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기에 피임약 복용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황규리 서울보라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병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진단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초음파 사진만 보는 게 아니라, 호르몬 수치와 실제 증상까지 함께 살펴보는 방향으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 바뀐 명칭도 PMOS의 핵심 원인인 남성호르몬 과다 현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 명칭의 '대사'라는 표현이 강조될 경우 다모증이나 여드름, 비만, 대사 이상 등 증상이 없을 경우 의료진조차 PMOS로 의심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새 명칭이 기존 한계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의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차원에서도 향후 국제적인 논의와 연구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새로운 명칭이 국내 임상 현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부인과 간판
[촬영 정유진]

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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