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남극 물고기에서 근감소증 비밀 찾았다

단백질 'Dnajb5' 작동 메커니즘 세계 최초 규명

남극검은돌치
[극지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극지연구소는 남극 물고기에서 근육의 재생과 성장을 조절하는 단백질과 그 작동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노화로 인한 근감소증과 암 발병 등으로 근육이 소모되는 악액질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감소증과 악액질 치료를 위한 기존 후보 물질들은 전신 대사 장애, 인슐린 저항성, 발암 위험 등 부작용이 한계로 지적되는데, 이번 연구 성과는 난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연구소는 보고 있다.

극지연구소 김진형 책임연구원과 가천대학교 윤미섭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극한 저온과 높은 활성산소 환경의 남극 바다에 서식하는 '남극검은돌치'의 근육에서 열충격 단백질의 일종인 'Dnajb5'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Dnajb5는 평상시 근육 안에서 단백질 합성과 에너지 생산을 조절하는 물질과 각각 결합해 두 경로를 억제하는 '이중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육이 손상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결합력이 약해지면서 브레이크 시스템이 해제됐다.

근육이 손상된 실험용 쥐에서 Dnajb5 발현을 억제하자 재생되는 근섬유 단면적이 대조군보다 26%나 증가해 근육 재생이 눈에 띄게 촉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Dnajb5를 억제한 실험군은 대조군보다 근력이 14% 강화했고, 지구력 테스트에서 버티기도 31% 향상했다.

이중 브레이크가 함께 해제되면서 근육의 물리적 강도와 세포 내 대사 효율이 동시에 높아진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진형 책임연구원은 "Dnajb5는 유독 근육 조직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라며 "이 단백질만 골라서 제어하면, 기존 치료제의 전신 부작용을 줄이고 근육에만 안전하게 재생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근육학과 노인의학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악액질·근감소·근육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해온 극지 생물의 생존 전략이 인류의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극지 생물자원의 가치와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Dnajb5' 작동 메커니즘
[극지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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