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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 "거대 빙산이 먹이 사냥터 길목 막아 번식기 먹이 공급 차질"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남극 로스해 해빙에 있는 황제펭귄 번식지 앞바다에 좌초한 거대한 빙산이 펭귄들이 바다 먹이 사냥터를 오가는 길목을 막으면서 새끼 수가 1년 만에 69%나 급감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5년 현장 조사 기간에 남극 로스해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에서 배설물인 구아노 표본을 채집하는 연구원. [서명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극지연구소(KOPRI) 김정훈 박사팀은 24일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서 남극 쿨먼섬 황제펭귄 집단에서 2025년 새끼 수가 전년보다 69% 감소했으며, 이는 번식지와 먹이터 사이 이동 경로를 가로막은 대형 빙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빙산이 황제펭귄 번식지 앞을 가로막은 시기가 부화 직후인 7월 말로 바다로 나갔던 암컷이 먹이를 가지고 돌아와 수컷과 교대하는 매우 민감한 시기"라며 "빙산으로 인해 길이 막히면서 암컷이 제때 돌아오지 못해 먹이가 공급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제펭귄은 남극 바다에 얼어붙은 해빙 위에서 번식한다. 수컷이 겨울 동안 알을 품고 있는 사이 암컷은 바다로 나가 먹이를 구한 뒤 새끼가 부화할 무렵 돌아와 새끼를 먹인다.
이 때문에 번식지가 있는 해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과 함께 바다 먹이 사냥터로 오갈 수 있는 이동통로가 펭귄의 번식에 매우 중요하다.
[서명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2025년 11월과 12월 헬리콥터를 이용해 쿨먼섬 번식지를 두 차례 조사한 결과 살아 있는 새끼가 6천658마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2024년 기록(2만1천242마리)과 2017~2024년 평균(2만1천202마리)보다 모두 약 69% 적은 수치다. 이 번식지 관측이 시작된 1983년 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위성 분석 결과 원인은 번식지 북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빙산으로 추정됐다.
이 빙산은 2025년 3월 난센 빙붕에서 떨어져 나와 떠다니다가 7월 28일 쿨먼섬 앞바다에 좌초한 것으로 밝혀졌다. 길이 약 13.9㎞, 폭 약 4.0㎞, 면적 약 42.7㎢로 여의도보다 15배 큰 규모였다.
특히 빙산의 번식지 쪽 면은 높이 20m가 넘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얼음 절벽이었고, 펭귄들이 바다로 오갈 때 주로 이용하던 접근 통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연구팀이 항공사진으로 빙산의 3차원 형태를 복원한 뒤 이동 경로를 계산한 결과 펭귄들이 먹이 사냥터가 있는 바다로 가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는 2024년 약 9.3㎞에서 2025년에는 최소 14.9㎞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서명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빙산 절벽 아래에서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성체들이 관찰됐고, 번식지 안에서는 여러 마리의 새끼 사체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빙산 좌초 사건이 번식지와 먹이 사냥터 사이 이동을 어렵게 만들어 새끼 수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박사는 "번식지가 있는 해빙 상태 자체는 이 기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며 "황제펭귄 번식 성공은 주로 해빙 면적과 안정성으로 설명돼 왔지만, 이 연구는 주변의 개별 빙산 위치와 형태가 번식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말했다.
이어 "한 해에 태어난 새끼 수가 69% 감소하는 것은 황제펭귄 번식 집단에 큰 타격"이라며 "다행히 번식지를 가로막은 빙산은 지난 1월 다른 곳으로 떠내려갔기 때문에 올해 새끼 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극지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다만 이번 연구가 단 한 번의 번식기를 대상으로 한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빙산 좌초가 새끼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남극 빙붕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이런 빙산 좌초 사건이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황제펭귄 보전 연구에서 장기적인 해빙 변화와 함께 이런 사건성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황제펭귄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종"이라며 "이번 사례는 평균적인 환경 조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국지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이 개체군 번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Jeong-Hoon Kim et al. 'Iceberg-driven constraints on colony-foraging connectivity result in severe decline in chick counts for the Coulman Island emperor penguin colony', https://www.nature.com/articles/s43247-026-03764-w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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