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인건비 부풀린 이병천 前서울대 교수…법원 "연구제한 취소"

"용도 외 사용은 맞지만 사적 유용 아냐"

이병천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빛나 기자 = 외국인 유학생의 인건비를 부풀린 뒤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병천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에 대해 5년 국가연구 참여 제한을 내린 처분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이 전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가연구개발사업 제재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전 교수는 아들과 조카의 대학 편입·대학원 부정입학 논란과 연구비 부정 사용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2020년 서울대에서 직위 해제됐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인건비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고 차액을 돌려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과기부는 이 전 교수가 유학생 A씨에게 지급한 인건비 2천400여만원 중 1천400여만원을 회수해 연구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한 점이 확인됐다며 옛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처분을 내렸다.

당시 규정은 연구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 5년간 사업 참여 제한 처분을 하도록 했다.

이에 이 전 교수는 "1천400여만원 중 200만원은 비자 발급을 위해 빌려준 금액을 변제받은 것이고, 회수한 인건비도 연구 관련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로 사용해 용도 외 사용이 아니다"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전 교수의 연구비 용도 외 사용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행위에 비해 5년간 참여 제한 처분은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참여 제한 처분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공익적 목적이 있지만, 연구자에게 입히는 불이익이 매우 크므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해당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수한 비용은 대부분 돼지 난소 채취 및 운반 업무를 수행한 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적인 용도로 유용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를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려 했으나 최저임금 기준에 맞지 않아 인건비를 과다 청구하게 됐다는 이 전 교수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또 A씨가 회수 금액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문제 된 비용을 모두 공탁한 점 등을 종합해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해당 의혹과 별개로 조카의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 부정입학 관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교수는 형사사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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