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강국'의 틀을 만들다…조은기 초대 국립농업과학원장 별세
[본인 페이스북 캡처, 챗GPT로 크기를 키움]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여러 곳에 분산돼 있던 식물·미생물·곤충 유전자원(종자)을 통합 관리하는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를 세워 '종자 강국' 한국의 토대를 닦은 조은기(趙銀基) 초대 국립농업과학원장이 지난달 24일 세상을 떠났다고 성제훈 현 국립농업과학원장이 2일 전했다. 향년 71세.

경북 영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대 농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4년 영남작물시험장 전작과 농업연구사로 농촌진흥청에 몸을 담기 시작, 종자 연구에 몰두했다. 영하 196도 초저온 환경에서의 식물 유전자원 동결보존 기술 등을 연구했다.

2005년 농촌진흥청 연구개발국장으로 있을 때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설립을 주도했다.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는 2006년 11월 경기도 수원의 옛 서울대 농생대 옆에 신축 저장고를 지으며 설립됐고, 이후 국립농업과학원으로 편입됐다.

성 원장에 따르면 예전에는 종자를 상온(영상 15∼25도)에서 보관할 뿐이었다. 이렇게 보관한 종자는 30년을 견딘다. 여기에 냉장고 온도인 영상 4도(50년 보증)와 영하 18도(100년 보증) 보관 방식을 보태서 종자별로 보관 방법을 달리하자는 것이 고인의 주장이었고, 이 개념이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로 이어졌다. 고인이 연구한 영하 196도에선 마늘 씨눈 같은 특수한 작물의 종자를 보관한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2008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으로부터 '세계 종자 안전중복보존소'로 지정됐다. 세계적으로도 노르웨이(스발바르)와 한국(처음엔 수원, 나중에 전주가 추가됨) 뿐이다. 덕분에 한국은 세계적인 '종자 강국'으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9개에 이르던 농업 관련 연구소를 4개(식량과학원, 연예특작과학원, 축산과학원, 농업과학원)로 통폐합하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만들었을 때 2008∼2009년 초대 국립농업과학원장을 맡았다. 2009∼2011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총괄본부장을 지냈고, 이후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초빙교수, 토종명품화사업단 단장, 경상북도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22일에도 농장 경영에 관한 유튜브 '조은기TV'를 개국했다고 개인 페이스북에 알렸지만,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

저서 '농촌불패'(2009), '농업의 길'(2025) 등을 펴냈다. 성 원장은 "세계적인 종자 보존 전문가이자 우리나라 식량 종자 관리의 틀을 만드신 분"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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