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등분해 산업 전기요금 달리 적용…사실상 '인하'키로

지역별 차등 요금제 얼개 공개…인구감소지역 등도 고려

기후장관 "한전이 감당할 수준에서 산업 전기요금 인하"

내주부터 원전 추가 신설 논의…"원전-재생 안 섞으면 요금 굉장히 올라"

브리핑하는 기후장관
(서울=연합뉴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사전에 설명하고 있다. 2026.8.4 jylee24@yna.co.kr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전국을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눈 뒤 산업용 전기요금을 달리 적용해 사실상 전기요금을 인하하기로 했다.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지을지 논의는 다음 주부터 시작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을 반영, 요금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초거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가 구축될 상황에 맞춰 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지역별 차등 요금제와 AIDC 전용 요금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이달 셋째 주 공청회를 거쳐 방안을 확정하고 AIDC 전용 요금제는 연내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와 관련해 전국을 크게 4등급으로 나눈 뒤 행정안전부가 지정하는 인구감소지역 등을 반영해 한 번 더 세분해 요금을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각 지역 전력 자립도와 송전 비용,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해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그간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눌지가 관심사였는데 이번에 얼개를 공개한 것이다.

김 장관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해 '인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중국과 1대 1로 경쟁하는 철강이나 석유화학업계에선 현재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면서 "(공장이) 수도권에서 멀리 있는 이 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을 차등해 인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정하게 같이 인상하는 게 맞았으나 총선 직전이어서인지 산업용만 잔뜩 올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리면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전은 지난 6월 자체 재무 위험 관리 단계를 4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경계로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마음 같아서는 중국 수준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면 좋겠지만, 한전에 적자가 쌓일 수 있기에 한전이 감당할 수준에서 인하 폭을 정하려고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중국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20원 정도, 우리는 180원 정도라는 것이 기후부 설명이다.

그간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최근 '탈(脫)석탄을 재생에너지로만 한다면 전기요금이 대폭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입장을 달리한 김 장관은 "말을 바꾼 적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원전의 발전단가가 가장 낮다"면서 "재생에너지를 주력 발전원으로 하려면 (변동성을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양수발전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비용을 전기요금에 다 담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적절히 섞지 않으면 굉장히 비싼 전기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최근 부지를 결정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에 더해 원전을 더 신설할지 검토하는 것과 관련, 김 장관은 "원전 문제를 포함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대국민 공청회를 어떤 방식으로 몇 차례 할지 등을 이번 주에 정해 다음 주부터는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초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12차 전기본을 저희가 대략 정기국회 전후로는 확정해야 한다"면서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원전 추가 신설 여부를 12차 전기본에 반영하겠다고 한 터라 김 장관 말대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이뤄지는 논의는 졸속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김 장관은 "정기국회는 9월부터 12월까지"라면서 "9∼10월에 (12차 전기본) 정부안을 내고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국회에 보고해 확정할 계획으로, 그 전에 국민과 토론할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작년 11월 22일 경기도 하남시 소재 동서울 변전소를 방문해 전력설비 옥내화 건설현장 등을 살펴보고 있다. [기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의 전력망 확충 역량·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히는 경기 하남시 동서울변환소 증설에 대해 김 장관은 "최근 여당 의원들이 주관한 공청회에서 약 두 달간 주민대책위원회와 한전이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협의했다고 들었다"면서 "두 달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는 정부가 예정대로 일을 추진한다고 협의했다고 안다"고 밝혔다.

동서울변환소는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280㎞의 초고압 직류 송전로 종착지다. 경기 용인시 반도체 산업단지 전기 공급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설비다.

인근 감일신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은 전자파 영향과 소음 등을 이유로 동서울변환소 증설에 반대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준공 시점이 8년 정도 늦춰졌다.

기후부는 간담회 후 김 장관의 동서울변환소 관련 발언에 대해 "두 달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계속 지연시킬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장관의 표현이 "다소 단정적으로 전달됐다"고 추가 설명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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