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간 충남 섬 오간 병원선…섬 주민 지키는 '바다 위 주치의'

각종 시설과 의료진 태우고 6개 시군 32개 섬 순회 진료…법적 지위·공보의 확보는 과제

충남도 병원선
[충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성=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섬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유인섬은 총 480곳이다. 이 중 보건의료시설을 갖춘 곳은 192곳으로 40%에 불과하다.

이처럼 육지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섬 주민들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수단 중 하나가 병원선이다.

충남에서도 1971년부터 55년간 병원선이 섬을 오가며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치과 진료 의자와 엑스레이 촬영 장비, 물리치료실에 각종 약품이 빼곡하게 들어찬 약제실까지. 충남 서해를 오가는 320t급 충남병원선에 들어서면 배라기보다 작은 병원을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 펼쳐진다.

배 안에는 내과·치과·한의과 진료실을 비롯해 방사선실과 임상병리실, 물리치료실, 약제실이 마련돼 있다.

초음파기와 골밀도측정기, 치과 파노라마 장비, 체외충격파 치료기 등 의료 장비 18종도 갖췄다.

병원선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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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병원선 진료는 1971년 6t급 '섬 돌보기호'가 취항하면서 시작됐다.

1978년에는 135t급 병원선이 건조돼 22년간 운항했고, 2001년부터는 160t급 '충남 501호'가 그 역할을 이어받아 22년 동안 섬 주민들을 찾아다녔다.

노후한 충남 501호를 대신해 2023년에는 123억원이 투입된 현재의 320t급 충남병원선이 새로 건조됐다.

길이 49.9m, 폭 9m 규모로 기존 병원선보다 두 배가량 커졌으며 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했다.

현재 충남병원선은 보령·서산·당진·서천·홍성·태안 등 6개 시군 32개 섬을 오간다.

병원선은 각 섬을 월 1차례 이상 방문하고 주민이 많은 섬에는 한 달에 2∼4차례 들어간다.

배에는 내과·치과·한의과 공중보건의 3명과 간호사 2명을 비롯해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치위생사 등이 탄다.

선박 운항 인력과 급식 담당자 등을 합치면 모두 20명이 한 배에서 일한다.

병원선을 주로 찾는 사람들은 육지 병원에 자주 오가기 어려운 고령의 섬 주민들이다.

내과에서는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살피고, 한의과에서는 허리·무릎·어깨 통증 등에 침 치료를 한다. 치과에서는 구강검진과 스케일링 등을 한다.

김우진 치과의사는 "섬 주민들은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있고 육지로 나가기도 쉽지 않다"며 "치료받고 웃으실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밖에 방사선 촬영과 혈액·소변 검사, 물리치료, 초음파와 골밀도 검사도 병원선 안에서 받을 수 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만3천500명이 병원선을 이용했고, 올해도 7월 말까지 5천302명이 진료를 받았다.

병원선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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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병원선의 역할에 비해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병원선은 실제 주민을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지만, 현행법상 지역보건의료기관이나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경남·인천·충남·전남 등 4개 시도에서 병원선 5척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복지부 훈령과 지자체 조례를 근거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선은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고, 보건소 등과 환자 정보를 연계하는 데도 제약받는다.

기상 악화나 자연재해로 병원선이 출항하지 못할 경우 비대면 진료 등을 활용해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역 보건의료기관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보건의료 정책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운영비 부담도 대부분 충남도가 떠안고 있다.

올해 병원선 운영 예산은 약 15억원으로, 수리비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도비로 충당해야 한다.

공중보건의사 감소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전국적으로 공보의가 줄어드는 추세가 계속되면 안정적인 의료인력 확보도 장담하기 어렵다.

국회에서는 병원선을 지역보건의료기관에 포함하고 건강보험 요양기관과 국가건강검진기관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도는 병원선의 법적 지위가 명확해지면 비대면 진료와 정보시스템 연계, 국비 지원 등 운영 기반도 보다 안정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psyk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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