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명절 준비해야 하는데"…통영 서호시장 상인들 '막막'

100년만의 극한호우에 냉장고 고장·상품 폐기…아예 점포 문 닫기도

중기부·경남도·통영시 "차질없는 지원"…한전, 전기·가스시설 복구

폭우로 인해 휴무합니다
[촬영 김선경]

(통영=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광복절 연휴 100년 만에 한 번 내릴까말까한 수준의 극한호우가 휩쓸고 간 경남 통영시 서호전통시장은 18일 얼핏 평온한 모습을 되찾은 듯했다.

이날 오전 기자가 찾은 서호전통시장은 대체로 어느 곳 하나 물 고인 데 없이 정돈된 모습이었고, 장을 보러 온 손님들 발길도 평상시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역대급 호우에 성인 종아리까지 흙탕물이 들어차고 점포의 온갖 물건들이 떠다녔다는 사실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점포 곳곳을 들러 안부를 묻는 기자에게 상인들은 비교적 멀쩡한 가판대가 아닌, 점포 안쪽을 속속들이 보여주면서 호우 피해를 본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다.

생업을 위해 전날 하루 꼬박 시장 통로와 가판대 정비에 온힘을 쏟아 대체로 가게 문은 평소처럼 열기는 했지만, 고장 난 냉동시설 등으로 인해 상품이 쓸모없어져 상인들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서호시장에서 수산가게를 하는 김경연 씨는 "소금 열 포대가 (물에) 다 녹아서 없어졌고, 포대 등은 쓰레기로 버려버렸다"며 "냉장고랑 제습기가 물에 잠겨 고장이 났는데, 냉장고 한 대는 아예 수리가 안 될 거 같아서 바로 주문했고, 제습기는 사후수리를 받아볼까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보통 명절 앞두고 한 달 전부터는 준비를 시작하는데, 지금 제습기랑 다 정상적으로 가동이 안 돼서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역대급 호우 피해 수습 한창
(통영=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18일 오전 경남 통영시 서호전통시장 한 잡화점 안쪽에서 한 점포 관계자가 비닐을 말리고 있다. 이 잡화점을 운영하는 박중현씨는 가판대는 깔끔하게 정돈해둔 채 이날 영업을 개시했지만, 안쪽은 아직 엉망이라며 막막함을 토로했다. 2026.8.18

잡화점을 운영하는 박중현(52) 씨는 "어제 차량운행이 통제돼 몇 킬로를 걸어 아침 6시쯤 도착했는데, 성인 무릎까지 물이 거의 다 차버리니 물건도 떠내려가고 모자도 흙탕물이랑 섞여버리니 다 갖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다같이 나와서 저녁 7시쯤까지 정리하고 오늘도 새벽에 나와서 정리를 계속하고 있는데, 비닐 같은 건 그나마 다시 써볼 수 있어서 한장 한장 다 닦고 있다"고 했다.

이 점포 인근에서 수산물 가게를 하는 김도연(60) 씨도 "냉동고가 꺼져버려서 지금 수리하고 있다"며 "수리비도 수리비지만 안에 있는 수산물도 얼어 있다가 녹았으니 못 쓰고 버려야 한다"며 한숨지었다.

청과점을 하는 최덕연(68) 씨도 "양파랑 집기 같은 게 다 젖어서 전날 급하게 정리한다고 하고 문은 열었는데 몸살이 나서 움직이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침수된 통영 서호전통시장 내부
[최덕연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근처에서 시락국(시래깃국)집을 하는 김경숙(66) 씨는 오늘 하루 아예 점포 문을 닫았다. 점포 앞에는 "폭우로 인해 가게가 침수된 관계로 휴무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적어 붙였다.

김씨는 "물이 안까지 다 들어차서 (음료 등을 넣어두는) 쇼케이스도 고장났고, 정수기도, 김치냉장고도 다 고장났다. 17년째 여기서 영업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침수 피해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상인들 시름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경남도, 통영시 등은 피해현황을 신속히 파악해 피해 상인에 대한 지원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시장 내 전기·가스시설 복구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전날 통영에는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 강수량이 453.7㎜에 달했다. 통영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8년 1월 1일 이후 일 강수량 1위 기록을 경신했다.

오전 5시 11분부터 1시간 동안은 97.4㎜ 비가 내렸는데, 이 역시 기상관측 이래 1시간 강수량 신기록이다.

기상청은 1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으로 비가 거세게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찾은 통영 서호시장 내부
(통영=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18일 오전 찾은 경남 통영시 서호전통시장 내부. 상인들이 역대급 호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하루 꼬박 가판대와 통로 정비 등에 힘을 쏟은 탓에 이날 대체로 정상 영업을 이어갔지만, 상인들의 속은 호우 피해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2026.8.18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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